“사람 죽인 적 없다”
  • 신호철 기자 (eco@sisapress.com)
  • 승인 2003.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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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 살인 사건 범인 윤성여씨 옥중 인터뷰

화성 연쇄 살인 사건 모두가 미궁으로 빠진 것은 아니다. 1988년 9월16일 발생한 8차 살인 사건은 범인을 검거해 수사가 끝났다. 이 사건은 방사성 동위원소 감정 결과가 재판 증거로 채택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피해자 몸에서 발견된 남성 음모를 분석해 티타늄을 다량 검출했다. 경찰은 범인이 티타늄을 다루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인근 공장을 조사한 끝에 농기구 용접수리공 윤성여씨(당시 22세)를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윤성여씨의 음모가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그것과 열두 가지 동위원소 성분이 일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윤씨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8차 사건 외에 다른 살인 사건에 윤씨가 개입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지금 윤씨는 징역 20년으로 감형되어 청주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다. 석방 예정일은 2010년 5월7일. 지난 5월2일 기자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중 ‘유일한 범인’인 그를 면회했다. 그는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6차 이전 사건은 이미 공소 시효가 끝났다. 이제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지 않나? 당신이 한 범행은 8차뿐인가? 다른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나?

"모른다. 그 8차 사건이라는 것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

그럼 살인한 적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에서 티타늄이 나왔다.

"직업이 농기계 용접공이었을 뿐이다. 우연이다."

피살자를 본 적이 있나?

"피살자 오빠와는 친구 사이였다. 하지만 여동생을 본 적은 없다."

수사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했나?

"물론 맞았다. 이미 지나간 일을 구구절절 묘사하기는 싫다."

왜 재판에서 졌다고 생각하나?

"나처럼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놈이 어디다 하소연하나. 그때 나는 국선 변호인을 쓸 수밖에 없었다. 억울하다."

최근 화성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신문을 통해서 봤다. 어떤 생각으로 그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가족들을 더 힘들게만 할 뿐이다."

출감하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여기서 재봉을 배우고 있으니 그 기술이나 살릴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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