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억 ‘올인’ 3천억 벌다
  • 제주도·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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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은 대단했다. 제주도는 이 드라마 덕에 2천억원 이상 이득을 보게 되었다. 심지어 벨소리 업체도 대박을 터뜨렸다. ‘<올인> 효과 3천억원’
도박과 폭력의 미학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숱한 화제를 뿌린 드라마 <올인>이 4월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 회의 시청률은 47.7%. 인터넷·케이블TV ·위성 방송 등 매체가 다양화한 시점에 <올인>의 성공은 단연 돋보였다. 이 작품은 경제적으로도 대단한 성공을 일구었다. 촬영 장소였던 제주도는 섬 전체가 ‘올인 효과’로 인해 들썩거리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다시 보기·휴대폰 벨소리 등을 통해 새로운 수입을 창출해내고 있다.

총 제작비 60억원을 들인 <올인>이 3천억원이 웃도는 경제적 효과를 낳았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과연 잘 만든 드라마는 얼마만큼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갖는지. <올인>의 경제학을 따져 보았다. <올인>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총 제작비 60억원, 편당 2억5천만원이 투입되었다. <허준>과 <상도> 등을 집필한 최완규 작가가 “제목처럼 올인했다가 다 날리는 게 아니냐”라며 걱정할 정도였다. 라스베이거스 특급 호텔과 카지노, 그리고 갱들이 우글거리는 슬럼가를 넘나들며 한 달 넘게 진행된 미국 로케. 여기에 들인 돈만도 25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랜드캐니언의 광경을 잡기 위해 헬기 2대를 하루 동안 빌리는 데 5천만원, 말리브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집은 하루에 2천만원, 하다 못해 사냥개 도베르만 한 마리를 하루 빌리는 데 4백50만원이나 들었다. 이병헌이 총격을 받는 장면 한 컷을 찍기 위해 미국 체류가 4일간 연장되기도 했다.

생소한 카지노의 세계를 낱낱이 보여주는 영상은 가히 충격이었고, 도박사의 승부는 숨을 죽이게 했다. 여기에 곁들여지는 액션까지 <올인>은 텔레비전에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던 남성 시청자들까지 빨아들였다. 올인의 흡입력은 경제적 효과로 파급되었다.

드라마 성공으로 가장 크게 대박을 터뜨린 곳은 제주도였다. 제주도청 한동주 문화예술과장은 “<올인>으로 인한 제주도의 텔레비전 광고 효과는 1천7백64억원에 이르고, 관광객이 증가한 것까지 감안하면 제주도는 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성당 세트가 지어진 섭지코지는 제주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되었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까지 이곳은 성산 일출봉 가는 길에 잠시 들르던 곳에 불과했다. 남제주군 관계자는 “평일에는 6백∼7백 대, 주말에는 천대 가량의 관광 버스가 밀려온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섭지코지는 중문 단지에 버금가는 명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드라마는 제주가 국제 자유 도시로 가야만 하는 이유를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이는 제주도의 치밀한 기획 덕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제주도는 영상위원회를 설립해, 군유지인 섭지코지를 주 촬영 장소로 제공하고 3억원을 지원해 오픈 세트를 제작해 주었다. 교통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헬기를 동원하는 등 드라마 제작에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드라마 제작을 위해 개관을 한 달이나 연기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제주도는 <올인>의 인기를 이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섭지코지 관광 지구 조성에 나서기 위해 지난 4월1일 사업자를 선정했다. 드라마를 위해 지은 세트는 부수고 똑같은 건물을 지어 관광객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또 영화박물관과 연계해 시네마 파크를 조성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드라마가 호텔을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하얏트·롯데·신라 등 제주도 주요 호텔들도 특수를 맞고 있다. 호텔들은 장소 협찬 비용을 받지 않았다. 출연진에게는 특별 할인율을 적용했다.

롯데호텔은 촬영 협조 제의가 들어오자 호텔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집중 지원했다. 1월에는 현관 앞에 수북이 쌓인 눈을 전직원을 동원해 말끔히 치워 가을 신을 성공적으로 찍을 수 있게 도왔다. 또 호텔측이 직접 나서 카지노 촬영을 설득했다. 이병헌과 송혜교가 사랑의 싹을 키운 장소인 롯데호텔 정원은 단번에 관광 명소가 되었다. 특히 풍차와 화산 분수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4월 허니문 방문이 2천방이었던 데 비해, 올 4월 예약은 벌써 4천방을 넘어서는 등 롯데호텔측은 <올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제주 하얏트호텔은 최정원 역의 지 성이 운영하는 씨월드호텔로 드라마에서 소개되었다. 호텔 뒤편 중문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산책로가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다. 이곳에서 수연은 인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뒤늦게 <올인> 제작진에게 문을 연 제주 호텔신라는 이병헌을 명예 총지배인으로 위촉하고, 이병헌이 묵은 퍼시픽 디럭스룸을 이병헌 룸으로 개칭하는 등 ‘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호텔신라 신완철 과장은 초밥을 싸들고 두 번이나 하얏트호텔에 찾아가 작가를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올인 신드롬’은 여러 부가 이익을 창출했다. SBSi는 VOD(다시 보기) 서비스 이용 횟수가 1백50만회를 넘어 7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고, NG 시리즈, 대본 미리 보기 등에서도 3억원 이상을 벌었다. 이는 SBS의 주가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제가인 <처음 그날처럼> 벨소리는 100만회 내려받기를 돌파했다. 역대 최고 기록을 두 배 이상 앞지른 수치다. <올인>의 OST를 제작한 연영엔터테인먼트측은 벨소리 하나로만 1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2월 말 출시된 OST가 현재 17만장 이상 팔려나가 15억원 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처음 그날처럼>을 부른 박용하는 단숨에 정상급 가수로 도약했다.

게임업체도 쾌재를 불렀다. 한게임과 넷마블 등 온라인 게임 업체는 <올인> 방영 이후 이용자가 20% 이상 늘었다. 하나포스닷컴의 <7포커> 게임 매출은 200% 이상 늘기도 했다. 1999년 제작·방송되었던 <차민수의 끝내기 특강>은 바둑TV에서 다시 전파를 타고 있다. 시청률은 1999년 당시보다 2배 가량 높다고 한다.

<올인>에 나온 소품 가운데서는 수연과 인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등장하는 ‘오르골’이 단연 눈에 띈다. 서울대 유리지 교수가 디자인한 이 오르골은 6만원대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만든 즉시 팔려나가고 있다. 오르골 시장은 연간 5억원 규모였으나 <올인>이 방영된 이후 벌써 10억원어치 이상 팔려나갔다.

정작 <올인>의 대박은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익으로는 직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올인>은 시청률에 관계없이 정해진 광고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15초당 광고가 1천11만원. SBS 구본근 CP는 “대작을 통해 방송사와 제작사가 얻는 경제적 이익은 평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만 회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초록뱀미디어(제작사)의 김기범 대표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제작비가 계속 늘어났다. 초록뱀의 첫 작품인 만큼 회사의 수익보다는 이미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비가 대거 투입된 작품이어서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며 엄살을 피우기까지 했다.

하지만 방송가의 시각은 다르다. 광고료보다는 협찬과 간접 광고 형태인 PPL(Product Placement) 방식으로 커다란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방송가의 공통된 견해다. 삼성경제연구소 민동원 연구원은 “<올인>에 협찬한 제품의 광고 효과는 6백억원으로 추산된다. 한 제품의 광고 효과는 드라마 회당 1억원 정도로 보이고, 눈에 띄지 않는 소파 화장품 벽지 장판 등의 광고 효과도 100억원이나 된다”라고 말했다.

<올인>은 이롬라이프·여인닷컴·쿠지로부터 모두 합해 5억원, 제주도로부터 3억원을 제작 협찬비로 받았다. 드라마에 PPL로 참여한 회사는 무려 40여 개에 이르렀다. 아시아나항공처럼 현금을 지원하지 않고 할인 혜택을 주거나 물품을 지원한 회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회사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현금을 지원했다. 이병헌이 탄 아우디 승용차는 5월에야 국내에 출시될 제품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협찬을 위해 비행기로 공수되어 첫선을 보였다. 아우디는 이동 경비와 협찬비로 모두 7천만∼8천만 원을 들였다. 기아자동차는 오피러스 2대, 소렌토 2대, 리오 1대와 미국 촬영 때 차량 지원을 했다. 또 지 성이 탄 소렌토에 1억4천만원을 들여 튜닝을 해주는 열의를 보였다. 기아자동차는 5억원 가량을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PPL은 마지막 회인 24회에 절정을 이루었다. 극 중간 “이게 뭐야 케이크도 아니고, 아이스크림 아냐. 야, 거 먹기 아깝게 생겼네”라는 치수의 대사와 함께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화면에 등장했다. 다음 장면에는 휴대 전화로 주가를 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로 알 수 있어요?”라고 제니가 묻자 광수는 “그럼요”라며 자랑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보였다. 이때 SK텔레컴의 NATE 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에 이병헌이 주재하는 회의에는 삼성 노트북 ‘센스’가 펼쳐져 있었다.

배스킨라빈스는 드라마에 4회 정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내보내고 5천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컴의 경우 주식 조회 서비스와 네이트 메신저, NATE.COM 등 세 가지 아이템이 집중 노출되었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드라마에 지원했다. 핸드폰은 6대를 증정하고, 6대를 대여했다. 노트북은 2백만원대 4대를 증정했다. SK텔레컴과 삼성전자는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까지 지원했다는 설이 있다.

지나친 PPL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졌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회사원 박정민씨(31)는 “스토리와 상관없이 상표가 튀어 나왔다.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 성호선씨는 “방송법 심의 규정에 따르면 특정 상품을 의도적으로 부각해 광고 효과를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 주의에서 시청자 사과까지 책임자를 징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 한 고위 임원은 “드라마는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가 되었다. 잘 만든 드라마 한 편은 수천만 달러 이상의 부가 가치를 창출해낸다. 이제 각종 규제로 문화 상품의 발목을 잡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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