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화 바람 부는 연예 매니지먼트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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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엔터테인먼트’ 지향… 정교한 스타 조련·세련된 팬 서비스 등 기대
‘스타에게는 사랑받을 권리를, 팬에게는 서비스받을 권리를!’

구멍가게처럼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던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자본금 8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가 출범하고, 연예 기획사가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소규모 음반 기획사들의 합병까지 가세해 연예 매니지먼트 비즈니스가 기업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3월22일 영화사 우노필름, 매니지먼트사 EBM, 인터넷영화 판권 보유업체 웹시네마가 합작회사 싸이더스를 설립했다. 영화(차승재), 음반(정해익), 연예매니지먼트(정훈탁) 방면에서 내로라 하는 인물들이 의기 투합하고, 잘 나가는 벤처 회사 로커스가 투자한 회사여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회사가 세간의 눈길을 끈 더 원천적인 이유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기업이라는 데 있다. 싸이더스는 영화·음악·방송에서 생산되는 컨텐츠를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새로운 형태의 복합 미디어를 생산하여 세계 무대에 설 계획이다. 싸이더스 이응진 전무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법으로 성숙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모델을 창출해 세계 속의 엔터테인먼트사로 우뚝 서겠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탤런트 이영애씨 등이 소속한 백기획도 김종학 사단·JS픽쳐스사와 손잡고 공동 출자해 거대 매니지먼트사를 세울 계획이다. 노련한 연출자를 영입해 소속 연예인이 생산하는 컨텐츠의 양과 질을 늘려 인터넷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한다. 조성모가 소속한 GM 뮤직과 그룹 터보 기획사 스타뮤직은 이미 올해 초 KS 미디어와 합병했다. KS 미디어는 신인 캐스팅과 관리 뿐 아니라 직접 음반 제작도 할 예정이다.

최대 수익을 위해 전폭적 투자

또 인기 그룹 H.O.T.와 S.E.S.의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와 젝스키스·핑클의 음반 기획제작사인 대영 A&V는 코스닥 등록 예비 심사에 통과했다. 이들 회사 역시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뿐 아니라 토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엔터테인먼트사가 기업화·대형화하는 이유는 문화 전반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만씨(SM엔터테인먼트 이사) 말마따나 연예·오락이 빠진 문화의 세기란 있을 수 없는 것. 그 어떤 분야보다 부가 가치를 많이 올릴 수 있는 사업 분야이기 때문에 ‘최대의 수익을 위한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사의 기업화·대형화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긍정적이다. 한승완씨(백기획 홍보팀장)는 매니지먼트사가 기업화하면 팬들은 더 세분화하고 전문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소한 기업의 꼴을 갖추게 되면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팬 서비스는 나몰라라 하지 않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해익씨(싸이더스 이사) 역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기업화할수록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모양새를 갖출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타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처럼 스타를 잘 다듬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스타는 자신의 재질을 충분히 발휘해 더 많은 팬으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고, 팬들은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업화 바람이 사업으로 성공하고 팬들의 욕구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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