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개발체제 활성화하자”
  • 박성준 기자 (snypesisapress.com.kr)
  • 승인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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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유럽 환경 포럼/환경기술 지원·탄소 배출권 등 논의
지난 3월 25~26일 제주도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에서는 아시아·유럽 지역 26개국의 환경 전문가와, 유엔환경계획(UNEP) 등 국제기구 관계자 등 50여 명이 모여 의미 있는 토론을 벌였다. ‘기후 변동 문제를 풀기 위해 아시아·유럽 각국은 어떻게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가’가 토론 주제였다. 이 행사는 아시아유럽재단과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 등이 지원해 매년 개최지를 바꾸어 가며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는 ‘라운드 테이블’인데, 지난해 9월 방콕 회의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를 맞았다.

이번 회의의 초점은 ‘청정개발체제(Clean Deveiopmet Mechanism)’ 활성화 방안으로 모아졌다. 청정개발체제란 현재 미국의 강경한 반대와 러시아의 미온적인 태도로 난항을 겪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탄소 저감 계획에 돌파구를 여는 방안으로, 1997년 교토 의정서가 채택될 때 제출되었다. 당시 나라 별로 할당한 저감 목표가 너무 높아 이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이른바 ‘배출권 거래제’(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초과분을 돈으로 계산해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제도) 등과 함께 도입된 것이다.

이 개념의 핵심은 쿄토 의정서가 규정한 ‘부속서 1 국가’(탄소 저감을 강제 이행해야 할 나라들로 대부분이 선진국)들이 ‘부속서 2 국가’(탄소 저감 의무가 없는 나라들로 대부분 개발도상국)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기술 지원 등 각종 형식으로 도와주면, 이를 배출권과 마찬가지로 사고 팔 수 있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탄소 저감 기술력을 가진 나라가 그렇지 못한 나라에 기술을 제공하면, 이것도 탄소 저감 실적으로 인정해 배출권 규제에 반영한다는 뜻이다.

원래 이 제도는 유럽 각국에서 시작했다. 한 나라 안에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을 지원해 그 대가로 배출권을 받았던 것이 유럽 각국으로 확대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제도의 노하우는 유럽이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같은 유럽의 자신감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지배했다. 청정개발체제는 아시아 각국의 탄소 저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3월25일 첫날 발제자로 나선 클라우디아 카네베리 유럽연합 환경사무국 기후변동담당 사무관은, 유럽연합에서 교토 의정서의 의무를 달성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으로 자리 잡은 청정개발체제를 제대로 적용할 경우, 아시아 각국이 이득을 볼 뿐 아니라 유럽 국가 스스로도 ‘환경 기술’을 팔 시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아시아·유럽간 협력이 실현되면, 우선 적용 대상은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효율 그리고 청정 및 재생 에너지 네 분야이다.
청정개발체제는 개도국 상호간, 또는 역으로 개도국이 선진국을 지원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회의 이틀째인 3월26일, 왕겨를 태워 얻은 열로 전력을 생산하는 신기술을 개발한 태국 사례가 소개되었다. 태국의 자크리트 와타나바타의 발제에 각국 참가자들, 특히 쌀농사를 많이 짓는 아시아 나라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청정개발체제가 아무리 활성화해도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보조 수단이지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회의 참가자들은 저마다 교토 의정서 발효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으면서도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에 상당히 부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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