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환멸 속에서도 '선진 정치' 희망
  • 특별취재반 ()
  • 승인 1997.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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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특별취재반, 방방곡곡 '민심' 탐색
연말 대선을 두 달 앞두고 민심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주요 후보 5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어떻게 갈리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이같은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각지를돌며 대선 표심(票心)의 행방을 좇았다. 서울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 호남권 강원도 현지에서 접한 밑바닥 민심은 지역에 따라 다소 엇갈리기는 하지만, 대체로 현정권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다만 누구에게 다음 정권을 맡길 것인가 하는 대목에서는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드러 냈다. 더욱이 10월7일 신한국당 강삼재 사무총장이 김대중 총재 비자금을 문제삼으면서 대선 정국이 폭로 공방으로 치닫자 민심은 더욱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5자 대결 구도를 '그 밥에 그 나물인 밥템 으로 비유하며 마땅한 대통령감을 못찾고 있던 부동층이 받은 충격은 더욱 크다. 곳곳에서 '지긋지긋하다' '또 그 타령이냐'라는 소리가 들리고, 벌써부터 대선 자체에 환별을 털어놓으며 기권할 의사를 밝히는 사랄도 상당수 있었다.

비자금정국' 못마땅…공정 선거 · 정책 대결 기대 높아


비자금설은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정치에 대한 불신감만 더 깊게 만들었다. 실제로 각 지역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그 내용의 진위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도그로 인해 대선 정국이 진흙탕싸움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는 못마땅한기색이 역력했다. 텔레비전 토론 활성화로 어렵게 자리잡은 공정 경쟁의 틀이 이번 사건 때문에 삽시간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탄식도 들렀다.
(시사저널)은 이번 대선 민심 탐색에서 시장이나 공원, 택시 등을 주된 관찰지로 삼았다. 그 이유는 이들 장소가 다중의 의사를 짚어낼 수 있는 '민심의 계류지' 로서 기능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탐색 대상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낼 기회가사실상 많지 않은 서민층으로 좁혔다.
민심의 현장에서 살펴본 결과, 여당 대선 후보 경선과 몇 달 전부터 시작된 대선 주자 텔레비전 토론회 등으로 대선 분위기가 일찌감치 조성되었는데도 대선 열기는 아직 달아오르지 않고 있었다. 92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지역에 따라 격차가 있기는 하지만, 과거 대선 때마다 족쇄처럼 유권자의 발목을 잡았던 지역색도 상당히 죄색한 것으로 보였다 후보의 출신지에서조차 지연 (鑛緣)에 따른 무조건적 지지를 반대하는 소리가 높은 것이 그 단적인 예다. 특별취재반이 만난상당수의 보통사람들은선진 정치에 대한기대감을높게 나타내면서 지금도진정한대통령감이 누구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충남 논산에 사는 한 할아버지처럼 '정치권이 하도 아수라장이라 지금은 누구를 지지할지 모르겠다. 안정된 뒤에 차분하게 결심하겠다'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대선을눈앞에 두고 정국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자, 공정 선거를 기대하던 국민들의 실망감이 커지고그만큼 민심도 밑바닥에서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는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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