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윤진호·유철규 편 <구조조정의…> 풀빛
  • 류동민 (충남대 교수·경제학) ()
  • 승인 2001.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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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정치경제학 21세기 한국경제>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밀 비판

사진설명 2000년도 노동자 : <구조조정의…>는 '노동자와 국민의 연대'가 쉽지 않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라고 주장한다.

1997년 겨울 코흘리개 아이들에게조차 IMF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알려주면서 등장했던 외환 위기에 대한 기억, 더구나 1, 2년여 만에 그 위기로부터 벗어난 듯 새 천년이 시작된다고 호들갑을 떨며 잠을 설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건만, 우리는 지금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애써 지우려 노력하면서 신물이 날 정도로 들어온 구조 조정이라는 구호에 한 가닥 희망의 끈을 걸치고 있다.

위기가 분명하게 보여준 것은 시장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는 것이었으며, 이제는 IMF만큼이나 흔한 용어가 되어 버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구조 조정이라는 말을 정리 해고나 고용 조정의 동의어쯤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형성하면서, 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여전히 합리적이고 공명 정대한 정부(심지어는 대통령)가 위기를 헤쳐나갈 좋은 방법을 가지고 우리를 악에서 벗어나게 해주리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도대체 시장과 국가 이외에 제3의 선택지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진보적 학술단체인 한국사회과학연구소와 한국사회경제학회의 공동 심포지엄 결과를 엮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무조건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거나 막연한 국유화·사회화 논리만 주장하지는 않는다. 재벌 총수의 세습 독재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김기원), 막연히 총수 지배력 강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되어 왔던 순환 출자가 실제로는 잘못된 인식의 결과였음을 밝힌다(김진방). 경제 위기 이후 불평등이 심해지고(정건화·남기곤) 고용 불안정화가 진전되었다(이병희·황덕순)는 상식을 실증적으로 세밀하게 확인하면서도, 노사정위원회가 여전히 사회적 합의주의를 위한 수단이라는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는다(윤진호).

이데올로기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관점에서 자동차산업(조성재)과 반도체산업(김창욱)의 현상과 과제를 분석하기도 한다. 대우그룹 구조 조정 과정을 실증적으로 검토해 '노동자와 국민의 연대'가 결코 쉽지 않으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과제임을 주장한다(김상조).

한국에서의 신자유주의는 독점 재벌과 노동대중이 정치적 억압과 결합된 강력한 국가로부터 일정 부분 자율성을 갖게 되면서, 어느쪽도 지배적인 힘을 갖지 못한 상태가 야기한위기 관리 과정에서 재벌과 정부에게 정치적책임을 면제하고 노동을 규율하는 새로운 기제로 작용한다는 편자(유철규)의 문제 인식은 올해에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이 책을 주저 없이 '올해의 책'으로 꼽게 되는 이유이다.

● 추천인 : 강수돌(고려대 교수·경영학) 김 균(고려대 교수·경제학) 류동민(충남대 교수·경제학) 이정우(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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