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에 총재 · 대선 후보 함께 뽑자" 40%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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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 대권 분리해야" 과반수…
"동교동 구파·쇄신파 모두 문제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최대 쟁점은 차기 대선 후보를 언제 뽑느냐다. 게다가 김대중 대통령이 돌연 총재 직을 내놓으면서 당의 새 지도체제를 언제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조세형 고문을 위원장으로 하는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특대위)를 구성한 것도 바로 이런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특대위 김민석 간사는 가능한 한 빨리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 대의원 구성 방안 등에 대한 당 안팎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시사저널〉의 대의원 여론조사 결과는 특대위 논의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당대회 시기와 관련해서는 민주당 대의원 10명 가운데 7명이 내년 6월 지방 선거 전에 당 총재와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1월에 총재와 대선 후보를 동시에 뽑자'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고, '3∼4월에 총재·대선 후보를 동시에 뽑아야 한다'가 30.5%, '1월에 총재를 뽑고, 지방 선거 후인 7∼8월에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응답은 27.5%였다. 이 밖에 '1월에 총재를 뽑고 3∼4월에 대선 후보를 뽑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0.7%에 불과했다. 최대한 빨리, 한 번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것이 대의원들의 중론인 셈이다.


지금까지 1월에 총재와 대선 후보를 다같이 뽑자고 주장한 차기 주자는 아무도 없었다. 두 달 안에 전국 지구당 개편대회를 치르기가 무리인 데다, 대통령 임기를 1년도 넘게 남겨두고 차기 후보를 뽑는 것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생각에서다. 1월 전당대회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있는 김근태·한화갑 고문 역시 이런 현실 여건을 감안해 '현행 대의원들로 우선 총재 선거만 치르자'고 주장해온 터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40%가 넘는 대의원이 1월 총재·후보 동시 선출을 주장하는 것은 그만큼 현상황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대의원의 50.7%가 1월 동시 선출론에 찬성했다. 현재 3∼4월에 총재·후보를 동시에 뽑자는 차기 주자는 김중권·노무현·이인제 고문이고, 1월에 총재만 뽑고 지방 선거 후에 대선 후보를 뽑자는 차기 주자는 김근태·정동영·한화갑 고문이다.


절반 이상이 "대의원 수는 현행대로"


총재와 대선 후보 분리 여부에 대해서는 '총재와 대선 후보를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52.4%로 '대선 후보가 총재를 겸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46.8%)보다 약간 더 많았다. '일사불란한 선거운동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대선 후보가 총재를 겸임하는 것이 낫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대의원이 권력 분점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지지 후보 별로 보면 김근태·노무현 지지층에서 총재와 대선 후보를 나누자는 응답이 더 많았고(양쪽 모두 62.9%), 이인제 지지층에서는 대선 후보가 총재를 겸임하는 것이 낫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55.6%). 이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김근태·노무현 고문이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워 주자간 연대를 모색하고 있고, 선두주자인 이인제 고문이 '본선 경쟁력을 위해서는 대선 후보가 총재를 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정치판 사정을 반영한다.




차기 전당대회 개최 시기








1월에 총재와 대선 후보 동시에 뽑자
40.2%
1월에 총재 뽑고 6월 지방 선거 후 대선 후보 뽑자
27.5%
3∼4월에 총재와 대선 후보 동시에 뽑자
30.5%
1월에 총재를 뽑고 지방 선거 전에 대선 후보 뽑자
0.7%
모름/무응답
1.1%




총재와 대선 후보 분리에 대해






대선 후보가 총재 겸해야
46.8%
총재와 대선 후보 분리해야
52.4%
모름/무응답
0.8%




당 지도부 체제에 대해






집단 지도체제 선호
35.2%
단일 지도체제 선호
63.4%
모름/무응답
1.4%




대의원 숫자에 대해






현행 1만명 유지 바람직
54.4%
확대
44.8%
(10만명 10.6%, 2만명 3.5%, 3만명 2.1%, 4만명 0.2%)
모름/무응답
0.8%




동교동계가 당을 좌지우지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17.4%
어느 정도 동의
46.0%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12.5%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23.6%
모름/무응답
0.6%




쇄신파의 요구에 대해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44.5%
당에 혼란만 초래했다
53.2%
모름/무응답
2.3%


대선 후보와 총재는 분리를 원하면서도 차기 당 지도부는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의원들의 중론인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구성될 지도부의 형태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단일 지도체제 63.4%, 집단 지도체제 35.2%로, 단일 지도체제를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여기에는 최근 '무용론'까지 불거졌던 최고위원 제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에 도입된 최고위원제는 최고위원들이 대거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분란만 일으키는 제도로 비쳤다.


정동영 고문이 '10만명 확대'를 주장하면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전당대회 대의원 수에 대해서는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54.4%로 가장 많았다. 아무래도 기존 대의원들은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라도 대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5만명 정도로 늘리자'는 응답이 28.4%, '10만명 정도로 늘리자'는 응답은 10.6%이고, '2만명'은 3.5%, '3만명'은 2.1%, 4만명은 0.2%로 나타났다. '확대하자'는 의견을 다 합하면 44.8%에 이른다.


현재 경선 주자 중에서는 한화갑 고문을 제외한 대부분이 대의원 수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정확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공통된 명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경선 구도를 위해서이다. 김근태·정동영 고문은 대의원 수가 적으면 특정 계보나 지역에 휘둘릴 수 있으므로 10만명 선으로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김중권 고문은 호남 출신이 월등히 많은 현행 대의원 선출 제도를 바꾸는 것이 급선무다. 이인제 고문은 5만명을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최고위원 선거에서 1등으로 당선된 한화갑 고문은 현재의 대의원 틀이 유지되기를 바라고 있다.


여권 내부 권력 갈등의 도화선이 된 '동교동계의 전횡'에 대해서는 63.4%에 이르는 대의원이 '동교동계가 막후에서 당을 좌지우지했다'는 쇄신파의 주장에 동의했다(전적으로 동의한다 17.4% + 어느 정도 동의한다 46%). 특히 지방 대의원보다 중앙 대의원이, 이인제·한화갑 지지층보다는 김근태·노무현·정몽준 지지층에서 동교동계의 전횡에 더 공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고 대의원들이 쇄신파의 행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응답자들은 '그동안 쇄신파가 주장한 당·정 쇄신 요구가 당의 발전에 도움을 주었는가, 아니면 오히려 당에 혼란만 초래했는가'라는 질문에, 당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 44.5%, 당에 혼란만 초래했다 53.2%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반 국민들이 쇄신파의 주장에 크게 호응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요컨대 대의원들은 동교동계가 여권에 분란 원인을 제공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쇄신파의 행동 역시 바람직하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동교동이나 쇄신파나 다 문제가 있으니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서 새로운 구심점과 강력한 지도부를 구성하자! 이것이 바로 민주당 '대심'의 현주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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