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에서 팥들이 쑥쑥
  • 광주·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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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아성’ 호남, 무소속 약진 두드러져


호남 지역에서 무소속 바람이 거세다. 이런 분위기라면 투표율이 높을 경우 광주·전남·전북 광역단체장 세 곳 가운데 한 곳에서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지역은 광주이다. 광주광역시장 후보인 무소속 정동년씨(59)는 현재 10%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박광태 의원으로 후보가 교체되기 전 이정일 후보 지지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던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선전이다.
북구청장 경선 부정을 획책한 박광태 의원과 직접 싸우겠다며 무소속 출마한 김재균 광주북구청장 후보(50)도 인지도에서는 민주당 오 주 후보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동년 후보와 김재균 북구청장 후보는 지난 5월29일 광주시청 기자실에서 전영복 동구청장 후보·김상집 서구청장 후보와 함께 무소속 연대를 선언하고 지지를 호소했다.
특기할 사실은 이들이 ‘친여’가 아니라 ‘반여 무소속’이라는 점이다. 1998년에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주당에 입당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만큼 민주당이 힘을 잃었다.




“투표율 높아지면 호남 정치 지형 확 바뀔 것”


민주당은 불공정 경선에 반발해 당을 뛰쳐나가는 후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유력 후보자들은 ‘난파선’ 같은 민주당을 미련없이 탈당했다.
아예 처음부터 무소속 출마를 준비해온 정치인들도 적지 않았다. 4년 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수시장에 당선했던 주승용 후보는 이번에도 무소속을 고집했다. 나주시장에 출마한 나주농민회 출신의 신정훈 후보도 처음부터 무소속 입후보를 선택했다. 이들 두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와 근소한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4년 전 무소속 돌풍이 불었을 때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민주당 1당 지배의 정치 지형을 바꾸기 위해 ‘자치연대’와 ‘민중연대’라는 대안 세력을 구성해 2년 전부터 조직적으로 준비해왔다.
민주노동당 후보, 환경운동연합의 녹색 후보 등을 포함한 이들 대안 세력은 광주에서만 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등 60여 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선거구마다 꼭 당선을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한번 해볼 만하다’는 무소속 후보들을 만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무소속 태풍은 전남에서도 분다. 전남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박태영 후보에 맞설 유력한 인물로 꼽히는 무소속 후보 송재구 전 전남 부지사는 ‘오만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박태영 후보는 “지역민들의 민주당 비판은 더 잘하라는 애정 표현이다.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맞받아쳤다.
호남 지역 무소속 돌풍에 대해 한 선거전문가는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 ‘노풍’을 불게 만들었던 젊은층이 나선다면 호남의 정치 지형이 확 바뀔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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