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기업 2차 골드러시
  • 장영희·안은주 기자 ()
  • 승인 2003.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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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NHN·야후코리아·네오위즈가 확실한 수익 모델을 확보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추락하던 인터넷 기업들이 비상의 날갯짓을 시작한 것이다.
서울 테헤란로에 둥지를 틀고 있는 다음·NHN·야후코리아·네오위즈 등 이른바 인터넷 4총사에는 활기가 넘쳐났다. 인터넷 거품론이 불거진 지 만 2년이 흐른 지금 이들은 비상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의 용트림은 지난해 경영 성적표가 웅변한다. 2000년 포털(관문) 업체인 네이버컴이 게임 업체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흡수 합병해 2001년 11월 출범한 NHN의 지난해 경영 성적표는 한마디로 눈부시다. 2002년 매출액이 2001년에 비해 3배 성장한 7백40억원, 순익은 7.2배나 급증한 2백10억원(영업 이익은 3백억원)에 달했다. 고작 88억원 매출액에 83억원 적자를 낸 2000년 성적과 비교하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수치다.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기는 인터넷 기업의 대표 주자 다음커뮤니케이션즈(다음)도 마찬가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5배와 58.8배나 뛴 2천2백52억원과 1백53억원에 달했다. 1995년 창립된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이다. 야후코리아·네오위즈·엠파스·드림위즈 같은 주요 포털 업체들도 지난해 일제히 큰 이익을 냈다. 포털은 아니지만 전자 상거래 업계의 대표 주자인 옥션도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매출은 2001년보다 53% 늘어난 3백66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이 76억원 적자에서 59억원 흑자로 반전된 것이다. 지난해 경영 성적표에서 드러난 이들의 선전은 ‘인터넷 기업은 돈을 만들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일거에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어떻게 네티즌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게 했을까. 2001년 3월 NHN은 일부 게임 서비스를 돈을 받고 제공하기로 작정했다. 인터넷은 공짜라는 생각이 뿌리 깊던 터라 유료화는 도박이었지만, 더 이상 좌고우면할 수 없었다. 3개월도 못가 현금이 바닥 날 지경이었지만 투자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료화 첫날 한게임 사이트에는 항의 메일이 폭주해 시스템이 다운되었고, 전화 공세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월 사용료 4천원을 내고도 게임을 하겠다는 충성스런 이용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료화 한달 후 5억1천만원이 걷힌 것을 확인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4개월 만에 이 회사의 게임 월 매출액은 1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세이클럽이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로 유명한 네오위즈의 히트작은 무어니 무어니 해도 200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아바타(온라인 세상의 분신). 온라인에서도 자기를 꾸미고 싶은 네티즌의 욕구를 절묘하게 읽어낸 것이다. 그러나 불과 1년 전까지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아바타에 대해 코방귀도 뀌지 않았다. 그것이 무슨 돈이 되겠느냐며 외면했지만 네오위즈는 보기 좋게 한방 먹였다. 네오위즈는 세이클럽 이용자에게 일단 기본형 아바타를 거저 나누어주는 전략을 썼는데, 아바타를 받은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가만 있지 않았다. 초라한 기본형 아바타를 자기 개성대로 치장하기 위해 옷과 머리, 장신구들을 사들였다. 거의 대부분의 네티즌은 인터넷 속의 ‘나’에게 적어도 5천원을 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지난해 네오위즈는 세이클럽 매출액 2백42억원 가운데 2백31억원을 아바타로 얻었다.





현재 돈이 되는 수익 모델로 입증된 것은 대략 네 가지다. 게임과 아바타 같은 디지털 컨텐츠 외에도 검색 서비스와 연계한 온라인 광고, 전자 상거래(쇼핑)가 인터넷 기업의 수익 원천이다. 네이버·야후·다음 같은 포털 업체들은 이른바 빠른 등록이나 키워드 광고로 수익을 얻고 있다. 빨리 등록시켜 주는 것이 돈이 되는 까닭은 등록을 원하는 기업과 개인이 많아서이다. 키워드 검색 결과 맨 앞에 광고를 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 역시 기존 배너 광고보다 광고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옥션 같은 전문 전자 상거래 업체 외에 전자 상거래가 가장 큰 수익 원천인 기업은 다음이다. 지난해 다음은 쇼핑에서 1천6백41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중 10%쯤이 다음의 수익으로 잡힌다.


다음과 NHN, 불꽃 튀는 1등 싸움


인터넷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면 올해는 그야말로 경쟁이 격심해져 1등을 향한 불꽃 튀는 승부가 벌어지리라고 내다본다. ‘다음이냐, NHN이냐’가 지난해 실적이 발표된 직후부터 인터넷 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화두이다. 지난해 다음과 NHN의 매출액은 각각 2천2백52억원과 7백40억원. NHN이 다음과의 외형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음 매출의 70%가 넘는 전자 상거래 부문을 매출액이 아닌 수수료 수익으로 환산하면 7백6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회계 기준에 의해 수수료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의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음이 올해 매출 목표액을 발표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에 따른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9개 증권사가 내다본 다음의 올해 매출 예상치는 1천억∼1천4백억 원. 올해 NHN의 매출 목표치인 1천3백억원과 비슷하다.


외형이 비슷하더라도 NHN이 올해 인터넷 업계의 지존이 되리라고 믿는 이들은 NHN의 수익성에 주목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익도 다음을 확실히 따돌릴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다음의 우위를 점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 네티즌 치고 다음에 메일 계정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음이 한국의 대표 사이트인 것은 틀림없다. 다음은 월 1회 이상 이용자 수, 체류 시간, 접근율 등 각종 사용자 지표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른바 ‘서울역 광장 모델’인 다음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오고가는 ‘트래픽’이 많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올해 다음이 야심작으로 꼽는 핫잡(취업) 서비스처럼 어떤 디지털 컨텐츠가 네티즌의 인기를 얻을 경우 그야말로 대박이 터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 다음이다. 인터넷 기업 가운데 온라인 광고 단가가 가장 높은 것도 다음의 트래픽을 높게 쳐주기 때문이다.





1등 경쟁뿐 아니라 2∼4등 경쟁도 불꽃을 튀긴다.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 3위로 추정되는 야후코리아와 NHN의 네이버는 서로 검색 포털 부문에서 왕좌를 차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이트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야후와 네이버가 자기들의 약점인 커뮤니티 부문을 강화하려는 것과는 달리 커뮤니티(세이클럽)가 강한 네오위즈는 검색 서비스 부문에 역점을 두고 있어서 올 한 해 야후·NHN·네오위즈의 상대 영토 따먹기 경쟁도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합병·매수 늘고 무더기 도산 가능성


‘빅4’인 다음·NHN·야후·네오위즈가 인터넷 업계의 1군을 형성한다면 2군은 어떤 기업들일까. 메이저 리그를 향해 뛰고 있는 대표 주자는 엠파스·드림위즈·하나로드림·SK커뮤니케이션이다. ‘찾다 찾다 못 찾으면’을 슬로건으로 내건 엠파스는 지난해 매출액 1백30억원, 순익 52억원으로 꽤 짭짤한 성과를 냈다. 엠파스 한성숙 이사는 “올해 커뮤니티와 게임 부문을 강화할 작정이다”라고 말한다. 커뮤니티 포털(다음)도 아니고 검색 포털(네이버와 야후)도 아닌 만능 포털을 지향한다는 드림위즈는 애널리스트로부터 커뮤니티의 질과 메신저(지니)의 솔류션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 매출에 28억원 순익을 기록했으며, 올해 목표치는 1백50억원을 매출에 50억원 흑자.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이라는 대형 통신업체가 뒤에 있는 SK커뮤니케이션과 하나로드림은 다음·NHN·야후·네오위즈를 ‘주적’으로 꼽고 있고, ‘빅4’ 또한 드러내 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이들을 의식하고 있어 올해 그야말로 혈투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인터넷 전문가들은 올해 선두 업체와 중하위 업체 간에 간극이 더욱 벌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본다. 동원증권 구창근 연구원은 “선두 업체들은 중하위 업체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중하위 업체는 전문화가 안되거나 수익 모델이 뚜렷하지 않으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한다. 매출과 시가 총액 모두 천억대에 이르는 대형 인터넷 업체들이 출현함에 따라 대형 업체간 치열한 선투 다툼이 벌어짐은 물론 수익을 내지 못한 하위 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는 식으로 구조 재편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이다.





중위권 업체들은 독특한 수익 모델로 살아 남거나 대형 업체에 흡수·합병될 공산이 크다. 벌써부터 포털과 커뮤니티 업체, 게임 업체와 포털 업체 간의 합병·매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구조 개편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네띠앙 같은 포털과 싸이월드·아이러브스쿨·다모임 같은 커뮤니티 업체가 먹히는 쪽에 있다면, 다음·야후·네이버 같은 대형 포털 업체, 넥슨과 넷마블 같은 게임 업체는 먹는 자 쪽에 서 있다. 이들 간의 합종연횡이 판도 변화에 큰 변수가 될 것은 틀림없다.


업체간 명암은 뚜렷해지겠지만, 올해 전반적인 경기는 좋은 편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산업 경기실사지수(iBSI) 조사에 따르면, 다른 산업에 비해 인터넷 산업의 경기를 좋게 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인터넷 산업에서도 특히 포털 서비스 분야의 경기지수가 가장 높았다(71쪽 표 참조). 인터넷 기업이 승승장구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어떤 인터넷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까. 의외성이 난무한다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상 신흥 세력 출현은 얼마든지 가능해 대형 업체들도 안심할 일이 못 된다. 네오위즈 송관용 재무실장(CFO)은 “인터넷에서 돈을 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숨겨진 네티즌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썸싱 뉴’를 찾기 위해 존재한다”라며 결기를 드러낸다. NHN 전략기획실 김희숙 이사는 자기네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귀띔한다. “유료화한 빠른 등록 서비스가 한 직원 머리에서 불쑥 나왔듯이, 우리는 자발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그 아이디어를 꺼내 소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인터넷이라는 무한대 공간에서 허우적대지 않고 돈이 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인터넷 산업은 골드러시가 가능한 신천지이다. 금맥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렇지 그것을 캐낼 수만 있다면 금세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다. 다른 산업에서는 꿈도 못 꾸는 몇십 배 이익을 낼 수 있는 곳도 인터넷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올해 초 수익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지웠다. 하지만 금맥 찾기라는 진짜 피 말리는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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