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 427단 ‘형사 중의 형사’
  • 소종섭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05.01.1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큰 사건 ‘해결사’ 서울지방경 찰청 광역수사대/2004년 1백38건 해결, 8백17명 검거
“얏!”고막을 찢을 듯한 기합 소리가 60평 무술 수련장을 울렸다. 전방 낙법, 후방 낙법을 구사하며 매트를 치는 대원들의 손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돌처럼 단단했다. 갑작스럽게 칼로 공격당하는 상황을 가상한 훈련, 덩지가 큰 상대에게 멱살을 잡혔을 때 제압하는 방법, 몸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한 밀어내기 연습 등이 2시간 내내 이어졌다. 다들 내로라 하는 무술 실력자이지만, 실전을 방불케 훈련하는 대원 40여 명의 얼굴에서는 비오듯 땀이 흘렀다.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역수사대) 대원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1주일에 두 번씩 이런 훈련을 한다. 훈련을 지도하는 광역수사대 폭력4반 이윤용 사범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딜 기초 체력을 키우고, 증거와 증인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제압하는 방법을 주로 가르친다”라고 설명했다.

기동수사대를 확대 개편한 광역수사대가 발족한 것은 지난해 10월1일. 21명을 토막 내 살해한 엽기 살인마 유영철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개별 경찰서 관할을 뛰어넘어 범행을 저지른 유영철 사건 같은 범죄에 좀더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광역수사대 강계령 대장(경정)은 “대원 1백45명 가운데 1백43명이 순경 출신이다.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대원들은 관할에 관계없이 대한민국 법이 적용되는 곳이면 어디나 달려가는 형사 중의 형사이다”라고 말했다.

일선 형사 가운데 지원자를 심사해 뽑는 광역수사대는 무술 형사들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대원 1백45명의 무도 단수는 모두 합하면 4백27단(태권도 2백14단, 유도 1백12단, 합기도 93단, 검도 8단). 지원 요원을 제외하면 형사들은 평균 3단이 넘는 무술 실력을 갖고 있다. 10단이 넘는 대원도 많다.

강계령 대장에 따르면, 광역수사대원이 되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무도 자격증 3단 이상 △외근 형사 경력 3년 이상 △첩보 수집과 조사 능력. 그는 고소·고발 사건이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입수해 기획 수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형사들보다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곳이 광역수사대라고 말했다.

수사 경력 10년 넘는 경감들이 팀장

기동수사대 때 1백36명이던 대원 숫자는 광역수사대로 이름이 바뀌면서 1백45명으로 늘었는데, 2월 초 다시 1백63명이 된다. 지원팀·강력팀·폭력팀·지능팀 체제에서 강력팀과 폭력팀을 1·2팀 2개로 만들어 6개 팀 체제로 확대하는 것이다. 팀장은 범죄 현장에서 10년 이상 잔뼈가 굵은 경감들이 맡고 있다. 강계령 대장은 “갈수록 광역화·지능화하는 범죄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인원을 보강했다”라고 설명했다.

광역수사대의 권한도 기동수사대 때와 비교해 크게 강화되었다. 해당 경찰서의 수사를 지원하던 데서 벗어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하명한 사건의 경우 광역수사대가 수사의 주체가 된다. 광역수사대장이 현장에서 해당 경찰서의 인원과 장비를 지원받아 조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수법으로 2회 이상 일어난 강력 사건, 피해자가 많아 사회의 이목이 쏠린 사건에는 어김없이 광역수사대가 뛰어든다.

광역수사대는 지난해 사건 1백38건을 해결하고 8백17명을 검거하는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특진한 사람만 13명이다. 서울·경기 지역 금은방에 침입해 열두 번에 걸쳐 2억원을 턴 이른바 ‘금은방 강도 사건’, 타이완의 ‘죽련방’ 조직과 연계해 유흥업소 이권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장안동파 사건’, 부유층을 대상으로 강도 행각을 벌여 강남 일대를 떨게 했던 ‘문준이파 강도 사건’이 광역수사대가 해결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