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국군, ''군살'' 빼고 군기 넣는다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9.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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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급 부대, 체력 검정 실시… 기준 엄격해져 장교·하사관들 쩔쩔
만50세인 연대장이 엎드려뻗쳤다. 목표는 팔굽혀펴기 20회. 연대장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윗몸을 들어올리는데,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나온 젊은 평가관은 무표정한 얼굴로 ‘열 둘’ ‘열 셋’을 세어 갔다. 먼저 합격 판정을 받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대령이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어이! 눈앞에 별이 어른거리지? 얼른 떼어다 붙이라고….”

대령 이하 모든 장교·하사관·병사 들을 상대로 한 체력 검정이 육·해·공군 부대마다 시작되었다. 지난 2월22일 52사단에서 열린 이 부대의 영관급 장교 체력 검정은 대입 체력장을 연상시켰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 1.5㎞ 오래달리기로 나누어 실시한 체력 검정은, 나이 별로 합격 기준이 다르다. 만 40세인 장교와 하사관은 팔굽혀펴기를 2분 동안 30회 넘게 해야 하지만, 만 51세가 넘은 장교와 하사관은 14회만 넘겨도 합격이다.

지난해까지 체력 검정은 응시자 전원이 합격할 정도로 형식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10% 안팎의 불합격자가 나온다. 52사단 체력 검정에서도 5% 정도 불합격자가 발생했다. 불합격자에게는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지나, 그때도 실패하면 인사 평정표에 ‘불합격’ 도장이 찍히므로 그는 예편을 각오해야 한다. 이미 배 나온 장교들은 진급이 제한되는데, 이제는 체력이 약한 장교·하사관까지도 진급에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병사들과 똑같이 뛸 정도로 강한 체력을 가진 장교만이 한국군을 이끌 수 있는 바람직한 구조가 정착해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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