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2차 방북 확정
  • 남문희 기자 (bulgot@sisapress.com)
  • 승인 1997.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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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식량난 해결 돌파구 연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 85회 생일 직전인 4월12일께, 북경을 통해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국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카터씨의 3박4일 평양 방문 일정이 확정됐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이복 동생인 로저 클린턴씨(34)가 동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전해 왔다.

국내의 또 다른 소식통 역시 카터씨의 평양 방문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우리 정부 쪽에도 이미 이 사실이 통보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정부 역시 카터씨가 이번에 김정일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그의 방북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미 박건우 주미 대사를 통해 카터센터 쪽에 메시지가 전달되었다는 얘기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 소식통은 카터씨가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로에 서울에 들를지는 아직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서울에 들를 경우 김영삼 대통령과 면담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94년 6월 핵 위기 때의 카터씨 남북 외교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터씨의 이번 방북이 94년 6월같이 남북 정상회담 실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일부의 추측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카터씨의 이번 방북은 일본의 대북 쌀 원조 재개와 깊은 관계가 있을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그가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국제 지원을 호소하면, 일본이 이를 명분으로 쌀 지원에 나선다는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것이다. 일본 쌀이 들어가게 된다면 그 양은 대체로 30만t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 지원 형태는 국제기구를 통한 원조가 될 것이 유력하다.

카터씨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미국은 또한 북한측에 동결 자산 해제 및 경제 제재 추가 완화라는 선물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로저 클린턴씨는 대통령의 아우이자 가수라는 점 때문에 주목되어온 인물로, 94년에 서울에서 공연한 바 있다. 북한은 95년 4월 평양 축전 때도 김용순이 주축이 되어 그를 초청하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데, 김일성 85회 생일을 성대하게 치르려는 올해 그의 방북을 성사시킬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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