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문’ 집단 자살 왜 일어났나
  • 張榮熙·金恩男 기자 ()
  • 승인 1997.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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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학적 신비주의자들의 극단적 말로… 邪敎의 인터넷 악용 폐해 보여줘
지구를 떠난 39명은 우주 어디에 있을 ‘천국의 문’에 들어섰을까. 지난 3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북부 랜초 샌타페이의 한 외딴 호화 주택에서 발생한 집단 자살 사건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현지 경찰은 종말론에 심취한 컴퓨터 관련 사교 집단이 이 사건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부활절(3월30일)을 며칠 앞두고 결행된 이 사건의 비밀은, 이들이 인터넷에 개설한 ‘천국의 문’이라는 웹사이트에서 풀렸다.

별과 성운 들로 장식된 이 웹사이트에는 그들의 교리가 자세히 적혀 있다. ‘지구상의 사회는 악마적인 외계인에게 지배되고 있으며, 종말이 가까워오고 있다.… 지구에서의 22년에 걸친 우리의 학습 기간은 끝나가고 있으며, 인간으로서의 진화 단계도 졸업할 때가 되었다.’

자신들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저 높은 곳에서 온 특별한 존재라고 믿은 이들은, 4천2백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온(4월1일) 헤일-밥 혜성을, 지구를 떠나 다음 세계로 갈 때가 되었다는 표지로 여겼다. 이 혜성 뒤에 숨어 있는 우주선( 미확인비행물체, UFO)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기 위해 이들은 기꺼이 육체라는 그릇을 버렸다.

이 사건은 자살자들이 고통 없이 죽어갔다는 것과, 자살 동기가 부활에 대한 믿음이라는 점에서 지난 3년간 유럽과 캐나다에서 74명이 집단 자살한 ‘태양 사원 사건’과 매우 비슷하다. 구원을 열망하는 사교 집단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세계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 사건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천국의 문 신도들은 대부분 인터넷 웹사이트 디자이너 같은 컴퓨터 전문가였다. 이들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해 주는 ‘하이어 소스’(더 높은 근원)라는 벤처 회사를 운영해 돈을 벌었다.

첨단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은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는다는 미신(종말론)에 어떻게 빠져들었을까. 이에 대해 컴퓨터 전문가 김재열씨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천국의 문 신도들이 인간보다 높은 존재를 믿었듯이, 컴퓨터 전문가일수록 한계 상황에 자주 맞닥뜨리는데, 이때 무엇인가 초월적 힘 혹은 신령에 기대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초과학 관련 웹사이트 무궁무진”

이미 인터넷에는 초과학적 현상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넘쳐나고 있다. 인터넷 검색 엔진의 하나인 ‘야후’로 외계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3월말 현재 4백53개의 관련 사이트가 나온다. 국내 통신망에도 적지 않다. 천리안·하이텔의 정신과학동호회가 대표적이다. 이 동호회 회원들은 공학박사 등 이공계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외계 문명, 4차원의 세계 같은 초과학적 현상에 대한 이같은 관심은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으며 대중 문화 속에도 자리잡아 가고 있다.

국내 통신망인 나우누리에는 자기가 겪은 초과학적 현상에 대한 경험담을 나누는 상설 게시판 ‘불가사의’도 개설되어 있다. 초과학적 범죄를 다룬 텔레비전 시리즈 <밀레니엄>(천년)이나 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일반인들이 초과학적 현상에 급속히 빠져드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천국의 문 사건은 20세기 막바지에 초과학적 신비주의에 심취한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극단적 행동인 셈이다.

이 사건은 인터넷이 종교에 이용될 때의 가공할 위력을 엿보게 한다. 컴퓨터는 이미 ‘비디오 이후 신령들이 교신을 위해 사용하는 가장 현대적이고 실용적 수단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저승의 백과사전>(마르크 불린느 저)’으로 떠올라 있다. 인터넷 작가인 에릭 데이비스는 인터넷의 본성이 무한하고 영묘해 거의 신성에 가깝다면서, 이같은 본성이 사교와 결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결과가 이번 자살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이 사건을 세기 말에 영적인 것을 추구하는 열망은 높아지는 반면 기성 교회는 쇠퇴하는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사이버 교회 등장과 인터넷을 통한 선교 가능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령 박사는 지난해 7월 월간지 <기독교 사상>에서 예수가 이 땅에 재림한다면 인터넷에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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