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장의 사진]與大 만들기 후유증
  • 사진 조성휘·글 徐明淑 기자 ()
  • 승인 1996.05.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의 외면한 與大 만들기… 야당 반발·내부 갈등 겹쳐 내우외환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난 지도 벌써 한 달이 훨씬 넘었다. 유권자들은 다시 일상의 삶으로 말끔하게 복귀했다. 이제 대다수 국민의 관심사는 한의학계와 약학계의 갈등이 어떻게 결말지어질 것인가, 나날이 심해지는 대도시의 교통난이 과연 ‘나홀로 차량 부담금’으로 해소될 수 있을까 따위의 일상 문제로 옮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판에서만은 총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총선의 후유증은 심각하고, 그 상처는 또다른 상처를 낳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은 선거 직후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유권자들이 만들어낸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어놓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결국 신한국당은 선거가 끝난 지 39일만인 지난 5월20일, 임진출 당선자를 입당시킴으로써 여대야소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필요한 과반수 의석을 달성한 만큼, 본격적인 대야 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 신한국당의 복안이다. 선거 뒤에 전개된 영입전까지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이제는 민생에 전념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1백50석 달성은 ‘의회 정치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야권은 신한국당이 1백50석을 달성한 그 시점이야말로 ‘투쟁의 시작’임을 선포했다. 선거전 내내 서로 헐뜯고 공격했던 야3당은 與大가 눈앞에서 현실로 전개되자 공조 체제를 본격 가동하고, 여당을 향해 공격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야3당은 26일 서울 보라매 공원 집회를 시작으로 장외 투쟁을 전개하고, 무소속 당선자들의 당적 변경에 대해 법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여야의 대격돌은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 한,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여야의 대치 국면과는 별개로, 여권 안에서는 영입자를 둘러싸고 또다른 내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신한국당이 과반수 의석 달성에 성공한 5월20일 오후, 잔치 분위기가 역력한 서울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 앞에는 불청객 수십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 신한국당 여주지구당 당원들은 ‘청와대를 도둑청이라며 매도했던 이규택을 당장 출당하라’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래저래 정치권의 4·11 총선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