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당선자, 점점 커가는 '여당의 혹'
  • 文正宇 기자 ()
  • 승인 1996.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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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노 돈 세탁’ 김석원 당선자, 야당·시민단체 맹공 받아
여권과 검찰은 끝까지 신한국당 김석원 당선자(전 쌍용그룹 회장)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 김당선자는 지난 4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에서 전씨의 비자금 1백43억5천만원을 변칙 실명전환해준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당선자는 전씨의 구속 뒤에도 전씨의 비자금 중 현금 61억원을 사과상자 속에 넣어 쌍용그룹 경리 창고나 자기 집에 보관하고 있었으며 그 중 일부를 지난 총선 때 사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2백억원을 또다시 변칙 실명전환해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그는 노씨의 대통령 임기 만료 직전인 92년 12월 초 `‘브로커’ 역할을 맡은 이원조 전 의원으로부터 돈을 전달 받아 쌍용그룹 간부들에게 실명전환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쌍용그룹 간부들은 특히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이후인 94년 10월부터 95년 10월 사이에 임직원 20여 명의 이름으로 전씨의 비자금을 분산 예치했다가 차례로 쌍용그룹 계열 3사의 주식으로 탈바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의 돈은 1만원 짜리 지폐로, 노씨의 돈은 쌍용의 주식으로 세탁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건 모두 사법 처리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전씨 비자금 파동과 관련해서는 “김씨가 변칙 실명전환에 개입한 사실은 드러났지만 회사 자금으로 전용하지 않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챙기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안된다”라고 밝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김당선자가 실명제가 실시되기 전 보관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나 처벌이 불가능하며, 쌍용 간부들은 일단 불법 실명전환 혐의(업무방해)가 인정되지만 노씨 돈인 줄 모르고 전환한 것으로 보여 사법 처리할 가치가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검찰은 사법 처리는 고사하고 수사할 생각마저 없다는 얘기이다.

검찰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수사기관의 발표인지 쌍용 변호인의 얘기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일관되게 그의 위법성 여부보다는 참작해야 할 ‘정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일단 모든 책임을 검찰에 미루고 있다. 신한국당의 이홍구 대표도 최근 `“사법 처리 여부는 어디까지나 검찰에서 판단할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는 그에 대한 조처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여권으로서는 여론이 악화되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는 그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상태이다. 시민연대측에서는 쌍용을 `‘전직 대통령의 검은돈 세탁소’라고 부르며 맹공을 가하고 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사법 처리한 과감한 개혁이 총선의 승인이었다고 주장하는 청와대로서는 김당선자 파문이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김당선자의 비자금 파문은 등원 거부를 카드로 뽑아 들고 연합 공세를 펴는 야권의 전의를 북돋우고 있기도 하다. 국민회의는 그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신한국당측에 그의 당선 무효화와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선거 사정의 칼날이 야권에게만 겨누어져 있다고 판단한 야권은 그를 방패막이로 삼을 심산이다. 야권은 그의 위법성과 부도덕성을 부각해 등원 거부라는 부담스러운 카드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한다.

신한국당 공천을 받아 대구에서는 유일하게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해 정치인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김당선자. 그는 한때 김대통령이 거론한 깜짝 놀랄 만한 여권의 차기 후보의 한 사람으로까지 지목 받았지만 15대 국회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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