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한 주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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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비우스 재기하다

사회당의 로랑 파비우스 전 총리가 6월12일 프랑스 하원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80년 미테랑 사회당수의 경제 고문으로 발탁된 뒤 84년 36세에 프랑스 최연소 총리, 90년 하원의장, 92년 사회당수를 지냈다.

파비우스는 이번에 다시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조스팽 총리와 함께 사회당 당권을 반분해서, 200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하던 85년 그린피스의 무지개 전사호를 폭파한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렀다. 또 프랑스국립수혈센터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을 7개월 동안이나 혈우병 환자에게 공급한 사건을 겪었다. 그는 이 사건으로 보건장관·사회장관 등과 함께 법정에 섰다. 결국 사회당이 이 사건 때문에 참패하자 그는 당수직에서 물러났다.

파비우스는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극우파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인권을 중시하고 가정적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유권자의 신뢰를 받고 있다. 46년 파리에서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정치대학·파리고등사법학교·국립행정학교를 거쳤다. 부인 프랑수아즈(49)는 사회학자로 이름이 나 있다.
미국

희대의 살인마, 죽일 것이냐 살릴 것이냐

‘죽이느냐 살리느냐, 복수를 할 것인가 자비를 베풀 것인가’. 미국 사회에서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청사를 폭파해 1백68명의 목숨을 앗아간 티모시 J. 맥베이(29)에 대한 사형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맥베이는 지난 6월13일 콜로라도 주 덴버 지법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사형 평결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사형 집행 문제에 부닥치자 미국인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형론자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맥베이는 사전 계획 아래 뚜렷한 이유도 없이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을 잔인하게 살상했다. 그는 재판 과정 내내 보여준 대로 지적이고 온전한 정신의 소유자이다. 사형론자들은 재범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도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미국의 한 시사 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 67%가 맥베이에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변호인단은 범인이 텍사스의 사교 단체인 데이비드 코래시 사건을 무력 진압한 연방수사국(FBI) 때문에 평소 연방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걸프전 때 동십자훈장을 받기도 한 범인은 정부 폭거에 저항하는 것이 진정한 애국심이라고 생각하고 오클라호마시티 연방 청사를 폭파했다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일부 유족도 그를 사형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대학생 딸을 잃은 한 유족은 “살인자를 죽인다고 해서 내 딸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살인마의 생명조차 소중히 여김으로써 딸 아이를 포함한 모든 인간 생명의 존귀함을 지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맥베이가 사형될지, 참회할 기회를 가질지 온 미국인이 지켜보고 있다.
터키

군부에 무릎 꿇은 총리

터키 회교 정부를 이끌던 네흐메틴 에르바칸 총리가 결국 사임하게 되었다. 지난 6월13일 칠레르가 이끄는 우익 정도당(DYP)의 한 관계자는, 에르바칸 총리가 사임하고 집권 연립 정부 파트너인 칠레르 부총리가 총리를 맡기로 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회교복지당 당수인 에르바칸 총리는 95년 취임한 이래 회교근본주의를 강조하고 회교 국가인 이란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바람에 야당과 군부로부터 끊임없이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특히 군부는 에르바칸 취임 직후부터 쿠데타 위협을 계속했다.

터키는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정교 분리(세속주의) 전통이 강하고 서방처럼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나라이다. 터키의 이런 전통은 국부로 추앙되는 케말 파샤가 ‘케말리즘’으로 확립해 놓은 것이다. 케말 파샤는 사후에도 자신의 케말리즘을 든든하게 지킬 후원자로 군부를 육성했다.

그 때문인지 70만 대군의 터키 군부는 터키의 정치가 흔들릴 때 세번이나 쿠데타를 일으켜 정쟁을 바로잡고 군으로 복귀한 전력이 있다. 터키 국민은 공화국 출범 이후 변함 없이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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