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보고서, '잘못 인정' 논란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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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 ‘IMF, 실책 시인’ 보도는 과장
고금리와 재정 긴축, 뼈를 깎는 구조 조정.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 금융을 요청한 나라에 요구하는 사항은 하나같이 고통스러운 것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을 ‘구원자’로 보기보다는 ‘훼방꾼’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9월13일 국제통화기금이 발표한 97/98 회계 연도 연례 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크게 보면 이런 시각 차이에서 말미암는다. 2백 쪽이 넘는 방대한 보고서가 발표되자, 국내 언론들은 ‘국제통화기금이 잘못을 인정했다’고 대서 특필했다. 일부 언론이 이를 반박하는 기사를 싣기는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국제통화기금이 외환 위기 가능성을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 이 점은 국제통화기금도 일정 정도 인정한다. 태국에 대해서는 96년부터 시작된 경제 침체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최고위급 비밀 접촉 등을 통해 그같은 우려를 태국 당국에 전달했다고 한다.

“큰 잘못은 각국 정부에 있다”

그러나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경제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금융 위기가 그렇게 빨리 닥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한국을 거론하면서, 97년부터 시작된 금융 위기가 그렇게 절박하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한마디로 말해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취약성을 과소 평가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면 국제통화기금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각국 정부가 계속해서 시의 적절한 개혁 정책을 시행했다면 금융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의 일부 이사들은 국제통화기금이 모든 문제를 예측하고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태국의 금융 위기가 주변국에 전파되리라고 예측하기는 더욱 더 불가능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핵심적인 잘못은 정확한 경제·금융 정보를 공개하고, 국제통화기금이 요구하는 개혁 작업을 조기에 시행하지 않은 각국 정부에 있다고 강조하고, 국제통화기금의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다음 쟁점은, 국제통화기금의 고금리·재정 긴축 처방이 경제를 피폐시키고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는 대목이다. 97년 12월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이사들은 아시아 국가가 대부분 재정 적자로 인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 긴축을 강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들이 최종 합의한 것은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조처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쟁점은, 국제통화기금이 전문 분야인 거시 경제만 맡고 금융 개혁을 세계은행에 넘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는 부분이다. 지난 8월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이같은 주장을 제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 이사가 합의한 것은 세계은행이 금융 부문에 대한 지원 활동을 강화해 위기에 조속히 대처하고, 금융 구조 조정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국제통화기금이 아시아 위기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했다는 것은 일정 부분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은 주요한 원인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개혁 작업을 미룬 각국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으며, 더욱이 국제통화기금이 추진하는 구조 조정 프로그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의 연례 보고서를 꼼꼼히 검토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형수 연구위원은 “국내 언론 보도는 지극히 자의적이고도 편향되어 있다. 지금은 근거 없이 국제통화기금이나 세계은행을 비판할 때가 아니라 협력을 강화할 때이다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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