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대표 '교체설' 모락모락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05.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민주당 소장파 "개혁에 소극적"
불만 강해…
DJ의 애정 깊어 조기 경질 없을 듯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나라당이나 당내 경쟁 주자 진영의 '김중권 흠집 내기'는 예상된 일이다. 한나라당에는 '강한 여당'을 내세우는 김대표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고, 당내 차기 주자들에게는 대표 프리미엄을 앞세운 그의 약진이 마뜩치 않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당·정 마찰과, 김대표 체제에 대한 당내 개혁 세력의 불만 표출이다.




지난 4월17일 개혁 성향 초·재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바른 정치를 위한 모임'(회장 신기남) 단합 대회에서는 김대표를 겨냥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 날 나온 얘기를 요약하면 두 가지였다. 하나는 김대표가 당무 효율화에는 기여하나 5·6공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민심을 수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대표가 대선 주자 중 한 사람이어서 주자간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맹공 펴는 개혁파, 청와대와 교감?


이 모임의 핵심 멤버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 날 모임이 '김중권 흔들기'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현재 민심이 대표 한 사람 교체하는 것으로 회복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민심 수습책을 모색하자는 것이 이 날 모임의 주제였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하지만 이 모임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청와대와의 교감설까지 내놓았다. 당 대표를 비판할 때는 어떤 식으로든 사전에 청와대 기류를 파악했을 것이고, 최소한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왔으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위원과 함께 이 모임을 이끄는 3인으로 꼽히는 정동채 의원·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은 누구보다 청와대 기류에 정통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한 여권 핵심 인사는 당내 개혁파의 목소리 높이기가 청와대의 김대표 압박과 맥을 같이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지난 개각 이후 김대표에게 개혁 법안 처리와 언론 개혁 추진에 총대를 메라는 지시가 몇 차례 내려간 것으로 안다. 그런데 본디 보수 성향인 데다 차기를 염두에 두고 언론과의 마찰을 최대한 피하려는 김대표가 개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청와대가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른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개혁 성향인 이해찬 정책위 의장을 따로 불러 정책 추진 방향을 지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았다. 권노갑 고문은 최근 이상수 원내총무를 불러 개혁 법안 처리를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민심 수습 방안에 대해서도 청와대와 당내 개혁 세력 대 김대표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우차 부평공장 노조원 과잉 진압 사태에 대한 해법이다. 청와대측은 관할 부평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는데도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인천경찰청장 문책과 김대통령의 국무회의 사과 발언' 선에서 수습안을 마련했다. 당내 개혁파 사이에서는 '민심 수습을 위해서는 이무영 경찰청장 경질도 고려해야 한다'라는 건의가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김대표는 인천경찰청장 문책 다음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가 사전에 알았더라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표측의 논리는 그렇게 할 경우 경찰 조직을 장악할 수 없고,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중권 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대표교체설이 꿈틀대고 있다. 차기 대표감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기도 한다. 하지만 김대표의 상징성과 쓰임새에 대한 김대통령의 애정 또한 만만치 않아 대표 교체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