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진 스님 4명 '룸살롱 아수라'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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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급 술 파티' 파문 확산…

총무원장 "합당한 조처 취할 것"


조계종 중진 스님들이 룸살롱을 출입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본사 주지이거나 사회로 치면 국회의원인 종회 의원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계 시민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재가연대·공동대표 박광서 교수) 대표단과 가진 면담에서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합당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시사했다. 이에 따라 올 초부터 불붙기 시작한 불교계의 내부 개혁운동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에 있는 조계종 총무원 4층 총무원장 집무실. 박광서 교수·김성규 변호사 등 재가연대 대표단 4명이 정대 스님과 마주앉았다.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박교수가 '쓴소리'를 던졌다. "중진 스님 4명이 룸살롱에 출입하고 여자들과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많은 불자가 알고 있다. 종단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야 종단의 건강성을 확인할 수 있지 안 그러면 종단과 원장이 어려워진다."


그러자 정대 스님은 충격적인 답변을 쏟아냈다. "룸살롱 사건 같은 것을 불자들이 용납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은폐할 생각은 없다. 사실이다. 거기 핵심이 호법부장을 쥐락펴락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못 건드린다."


'호법부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정대 스님의 발언은 룸살롱에 출입한 스님들이 종단에서 상당한 힘을 가진 사람들임을 암시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장은 사회로 치면 검찰총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조계종 내에서는 '룸살롱 4인방'이 강남 유명 사찰 주지 ㅇ스님과 종회 의원인 ㅁ·ㅈ 스님, 본사 주지를 역임한 ㅈ스님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대 스님은 사건의 정확한 경위와 관련자의 실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발렌타인 17년 산 여러 병 비웠다"




불교계에 룸살롱 사건이 소문으로 떠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초부터다. 불교계 인터넷 언론인 불교정보센터(www.budgate.net)에 '스님 어찌 그곳에 계십니까?'라는 글이 오른 것이 파문의 시작이었다. 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러했다. '지난 2월, 강남의 한 룸살롱에 갔다가 보지 않았어야 할 장면을 목격했다.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버젓이 승복을 입고는 세속의 그곳에 오시다니…. 네 분의 스님은 네 명의 아가씨와 우리도 접대하면서 먹지 못하는 발렌타인 17년 산을 그것도 3병씩 보기 좋게 해치우시고는…(중략)'


현장을 목격한 한 불교 신자가 올린 것으로 알려진 이 글은 불교계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퍼져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사자 중 한 스님이 주변 사람에게 룸살롱에 가게 된 배경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동행했던 다른 스님들의 이름도 나돌기 시작했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었던 룸살롱 사건은 정대 스님의 말 한마디로 질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재가연대의 한 관계자는 "총무원장이 인정했으므로 사실 관계에 대한 논란은 끝났다. 우선 호법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 불교계 관계자는 원장 스님이 사실을 인정한 이상 호법부가 어떤 식이든 일정한 결과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뜻있는 불교계 인사들은 '룸살롱 사건'이 불교계의 그릇된 관행을 바꾸고 청정한 수행 기풍을 확립하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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