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아닌 정당방위"/이훈구 교수
  • 고제규 기자 (unjusa@e-sisa.co.kr)
  • 승인 2001.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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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석씨 심리 분석해 책 발간


이훈구 교수(연세대·심리학)는 최근 부모 살해범 이은석씨에 대해 〈시사저널〉(제554호) 보도를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교수는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라는 책에서, 그의 범행이 부모의 학대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씨가 무죄라고 주장했다.




어린이 학대에 따른 부모 살해는 미국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이다. 미국의 존속살해 연구가 하이드 교수는 〈왜 아이들은 부모를 살해하는가〉라는 책에서, 한 해 3백여 명이 부모를 살해하고, 이들 중 90%가 어릴 때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씨가 하이드 교수가 말한 '어린이 학대에 의한 부모 살해자'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이씨의 부모는 날개 꺾인 엘리트였다. 이들은 자신들의 깨어진 꿈을 자식을 통해 실현하기 위해 가혹하게 몰아세웠다. 이씨의 아버지는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월남전에서 무공 훈장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지만 중령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극심한 결벽증을 지녔던 아버지는 내성적인 이씨를 유난히 미워했다.


명문 여자 대학을 졸업한 이씨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심하게 구박했다. 그녀는 키가 작은 이씨에게 자주 모욕을 주었는데, 소심하고 예민했던 이씨는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에게 어머니는 무한대로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었다.


현장 검증에서 본 이씨는 부모에 대한 분노를 삭이지 못한 모습이었다. 여러 기자들 앞에서는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뉘우쳤지만, 기자와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는 부모에 대한 분노를 서슴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교수는 "미국에서 부모 살해 사건의 70%가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발생했다. 이씨 사건을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이라고 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씨와 같은 부모 살해 범죄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씨가 수감된 안양교도소에만도 부모 살해죄로 복역하는 죄수가 10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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