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이용호 뒤에 '정치꾼' ?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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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부 인사, 지앤지 이용호 회장 구명 '노력'…
"장인이 인맥 형성" 소문 무성
'기업 사냥꾼' '기업 합병·매수의 귀재'. 재계에서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아 온 구조 조정 전문 회사 지앤지(G&G)의 이용호 회장(43)이 지난 9월3일 전격적으로 구속되었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 자금 4백50억원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해 부당 이득 1백54억원을 챙겼다는 혐의였다.




문제의 인물 : 이용호 회장(맨 왼쪽)은 보물선을 인양하겠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왼쪽은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 호.


증권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회장은 지난해부터 정보·사정 기관이 주목해온 '문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언제 터지느냐 하는 시점이 문제였을 뿐, 그는 타들어 가는 도화선과 같은 존재였다. 1차적으로 증권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주요 관찰 대상이었고, 국가정보원·검찰·경찰도 그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확보하고 있었다.


주가 조작해 정치 자금 조성?


1998년 이후 인터피온·레이디·스마텔 등 상장 회사 6개를 인수한 놀라운 약진, 올 들어 6월 말까지 27회나 상한가를 기록한 주가 급등, 보물선 인양 사업을 추진한 것 등이 관계 당국으로 하여금 그를 주목하게 만든 요소들이다. 올 4월, 증권가에 구속설이 나돌았을 때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기관이 얼마든지 조사는 하되 괜히 여론을 왜곡해 회사를 어렵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상고를 졸업한 그는 부실 기업들을 인수해 가치를 키운 뒤 되파는 방식으로 재산을 늘려왔다. 최근에는 대한화재 등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내고 쌍용화재 인수를 노리는 등 금융업 진출도 시도했다.


이회장이 구속된 데는 신승남 검찰총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전언이다. 검찰의 한 소식통은 "신총장이 일이 더 커지기 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신총장은 이번 사건을 상대적으로 보안을 유지할 수 있고 통제가 가능한 대검 중수부에 배당했다. 권력층과 연결된 '이용호 게이트'로 비화해 현정권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음을 감안한 조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증권가에는 이회장과 관련해 '이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정치 자금이 들어왔다' '주가 급등 과정에서 정치 자금이 조성되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이번 수사가 소문의 진실 여부를 확실히 가려낼지는 알 수 없지만, 이회장이 정치권과 연결 사슬을 갖고 있었던 것만큼은 확실하다. 이회장 구속을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다양한 구명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회장과 친분이 깊은 한 인사는 여권 핵심 인사에게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왜 이렇게 기업인을 괴롭히느냐'며 구명 로비를 펼쳤다.


여권 일부 인사는 이회장이 아태재단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하며 요로에 선처를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태재단이 '무슨 소리냐'고 발끈하면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오히려 이회장 구속을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한 동교동계 핵심 인사의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이회장의 장인으로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최갑수 삼애인더스 부회장이 이회장의 인맥 형성을 도왔으리라는 소문도 퍼져 있다.


이회장은 '정치권 배후설'에 대해 "내 뒤에는 아무도 없다. 금감원이 1년 6개월 동안 조사했지만 나온 것이 없다. 나는 정공법으로 일만 해왔을 뿐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이 맞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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