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G를 중재자로 내세워라"
  • 정리·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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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황 예언해 화제가 된 민주당 '개혁파 문건'
요즘 민주당 주변에서는 〈긴급 제안- 大會戰을 준비하자〉는 문건이 화제다. 9월 DJP 공조 파기 이후 한 개혁 주자 진영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이 '동교동 구파+이인제' 대 '소장파+개혁 주자'의 대결로 요약되는 최근의 정국 상황을 절묘하게 예언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동교동 구파가 IJ(이인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를 막기 위해 개혁파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을 발췌한다.


동교동 구파와 IJ, 그리고 DJ의 함수




동교동 구파의 과제 1순위는 자파 세력의 당권 장악이다. 그리고 대선은 자파 세력의 호남 대표성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는 지역 대결 구도 속에서 치러져야 한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는 대선에서의 경쟁력보다 당내 지분과 영향력이 적은 사람이 선택 기준이 되고, 이 기준에 따라 동교동 구파의 선택은 현실적으로 IJ(이인제)일 수밖에 없다. GT(김근태)나 NO(노무현)는 당선될 경우 자파 세력의 공천 보장을 신뢰할 수 없고 끊임없이 동교동계 약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점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DJ와 동교동 구파의 이해에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동교동 구파는 '당권과 IJ 후보' 외에 차선의 길이 없지만, DJ에게는 '동교동 당권'은 최선이고 'IJ 후보'는 수세적 상황에서의 최선이다. 즉 IJ 후보는 다른 후보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볼 때 최선의 카드이며, 승리 가능성이 보일 때는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정권 계승과 그에 따른 업적 평가와 퇴임 후 보장에 대한 신뢰 정도에 따라 DJ가 자신의 파트너십 자체를 전혀 새로운 세력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역사적 질문으로 돌아가서


DJ와 동교동 구파의 이해와 의도가 분명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혁 그룹은 완전한 패배감에서 비롯되는 냉소주의부터 DJ와의 결별을 주장하는 '근본주의(?)'에 이르기까지, 혼란에 빠져 있다. 하지만 개혁 그룹의 인식과 판단에 흔들릴 수 없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①단일 대오, 단일 전략, 단일한 싸움 없이는 한치의 진전도 이루어낼 수 없는 소수 세력이라는 점 ②정권 교체의 의미와 정통성을 잇는 '정권 재창출'을 가장 우위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DJ와의 결별을 얘기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大會戰을 준비하자


민주 개혁 세력의 생존과 희망을 존재시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유일한 가능성은 DJ와 동교동 구파의 이해관계상 차이에서 찾을 수 있으며, 우리가 DJ를 견인해야 한다. 동교동 구파가 장악하고 있는 현재의 당·청 권력 지도가 유지되는 한, 경선에서의 '대의원 혁명'이란 없다. DJ의 김심은 권노갑을 통해, 김옥두를 통해, 이훈평을 통해, 그리고 그들의 대리인들인 정균환·김민석을 비롯한 중도개혁포럼 소속 의원들을 통해 전파될 것이다.


DJ가 동교동 구파를 자신의 파트너로서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DJ 자신의 이해가 당의 재집권을 통해 관철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세 가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 첫째, 동교동 구파가 집권 세력으로 존재할 수 있는 근거를 위협하는 쟁점이 문제 제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보수-기득권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국민을 외면하게 만들고, 국민의 정부를 흔들리게 만든 수많은 정책 실패와 인사 실패, 무능력과 무기력의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한다. 둘째, 민주 개혁 세력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그동안 누가 나서고, 누가 침묵하고, 누가 상처받고 했던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전은 우리 모두의 싸움이며 그간의 문제 제기를 집약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우선 GT-NO-DY(정동영) 3자 간의 확고한 연대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탕이 될 때 십수 명의 대오 형성이 가능하다. 셋째, 동교동 구파의 빈자리를 메울 대안 없이는 무책임한 분열 책동이라는 역공에 패퇴할 가능성이 높다. 동교동 구파와 완전히 결별한 HG(한화갑)를 전략적 중재자로 내세워야 한다. HG는 동교동 구파를 대신해 당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DJ의 신뢰가 높다.


대회전의 시기는 10·25 재·보선 이후가 될 것이다. 生則必死요, 死則必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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