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걸리면 죽는다"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2.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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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검찰 정치권 압박 수사에 바짝 긴장…‘줄줄이 소환’ 가능성
정치권을 겨냥한 검찰의 서슬이 퍼렇다. 검찰은 12월 들어 여야나 전·현직을 가리지 않고 정치인 비리를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다. 수사도 전국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검은 진승현 게이트와 윤태식 게이트를, 인천지검은 자민련 김용채 부총재의 공적자금 관련 비리를, 부산지검은 ‘부산판 수서 사건’으로 불리는 다대·만덕지구 택지 전환 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정치인이 전국 지검에 줄줄이 소환되는 진풍경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이 자기 식구인 법무부 신광옥 차관을 구속시킬 때부터 정치권은 경계의 눈빛으로 검찰을 지켜보았다. 이용호 게이트로 위기에 몰린 검찰 내부에서는 비리 정치인들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정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또 정치권이 두 번이나 총장 탄핵소추를 발의했고, 틈만 나면 정치 검찰이라고 몰아세웠던 데 대한 분노도 쌓여 있었다. 평검사들의 정치권에 대한 적개심은 상상 이상이었다. 정치권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검찰은 정치인들을 소환했고 김은성 국정원 2차장, 길승흠 전 의원 등을 구속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여야 정치인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될 날이 멀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지금 걸리면 죽는다’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권력 실세에까지 칼날 댈지 촉각 곤두


우선 검찰은 진승현 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캐고 있다. 이 리스트에는 여야 의원 20~30명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미 진승현씨측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동교동계인 김방림 의원과 김홍일 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 검찰은 수지 김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태식씨가 여야 정치인에게 ‘주식 로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야당도 정조준하고 있다. 다대·만덕 지구 택지 전환 사건의 주역인 동방주택 이영복 사장이 검찰에 자수함에 따라 정치권에 대한 수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씨는 택지 사업을 통해 조성한 자금을 대선 자금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동안 각종 비리 사건에서 무풍지대라고 안심해 왔던 자민련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은 12월29일 공적자금 지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자민련의 김용채 부총재를 소환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처럼 개인 비리에 대해 의혹을 사고 있는 정치인과 관련한 정보도 상당량 수집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성역 없는 수사’를 하자고 검찰을 압박해 왔던 여야는 모두 검찰의 행보에 내심 놀라는 모습이다. 민주당측은 검찰의 수사 확대가 자칫 정국을 통제 불능의 상황으로 만들어 놓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렇게 검찰이 서슬 퍼런 기세를 보이자 정치권은 과연 검찰이 권력 실세에까지 칼날을 들이댈지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검찰은 죄가 있으면 누구든지 소환해 조사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 수사에 어떤 밑그림도 없다. 혐의가 있으면 소환하고, 죄가 있으면 기소하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도 “비리보다 은폐가 더 나쁘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검찰에 당부했다.


출범 이후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던 신승남 총장 체제가 차츰 권위를 되찾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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