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검사팀 “덤비지마, 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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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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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씨 소송에 중간 발표로 ‘맞대응’…“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지난 3월9일 차정일 특별검사는 이례적으로 이수동씨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발표를 자청했다. 여간해서는 수사 내용에 대해 입도 뻥긋 않던 차특검이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그는 이씨의 집에서 압수한 민감한 문건 목록까지 공개했다.


이수동씨가 확인되지 않은 수사 내용을 언론에 누설했다며 지난 3월7일 특검팀 검사 2명과 수사관 1명을 공무상 기밀누설 및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차특검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기습을 당한 셈이었다.


‘동교동 집사’ 이수동씨가 송사(訟事)를 통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씨는 1970년대에 김대중 대통령의 경호원을 지낸 함윤식씨(60)가 1988년 <속 동교동 24시>를 출간해 자신을 비난하자 1991년 7월 함씨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함씨가 책 속에서 ‘동교동측에서조차 이수동이라면 눈살을 찌푸린다’ ‘이수동씨는 김대중씨에게 영등포역 부근 100평짜리 공장 부지를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토록 권유해놓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매도인으로부터 받아 챙겼다’는 등 허위 내용을 실었다는 이유였다. 함씨도 지지 않고 ‘책 발간 배경에 권력층의 비호를 받은 의혹이 있다’는 이수동씨 기고문을 근거로 이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울지검은 합의를 거부한 두 사람 모두를 그해 11월에 불구속 기소했고, 당시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던 이씨는 ‘사건 처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내에 머물겠다’고 언론에 밝힐 정도로 격앙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이수동씨가 명예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상당히 구체적인 인사 청탁 사례들이 수집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해군참모총장 인사를 비롯해 두 차례나 해군 장성의 승진을 부탁받았다. 이씨가 부탁한 인물로는 ㅂ·ㄱ씨 등 현정권의 실세들이 꼽힌다.


이씨는 지난해 11월에는 검사장급 검찰 간부로부터 자신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었다는 수사 기밀을 빼내는 수완을 발휘했고, 신승남 전 검찰총장과 깊은 친분을 유지해 왔는가 하면, 안정남씨가 국세청장에 기용될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을 정도로 고급 정보에 밝았다.


차정일 특검은 중간 수사 발표에서 이씨가 자신의 혐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특검팀의 수사 의지를 무력화하려고 고소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도’에 따라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이수동씨가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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