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씨, 개인 사무실 따로 운영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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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 아태재단과 300m 거리…“2년간 거의 매일 출근, 이권 알선”
김대중 정부 초기부터 각종 이권에 개입해온 혐의로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이수동씨(70)가 2년 전부터 동교동 모처에 따로 사무실을 두고 활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저널>은 이수동씨를 잘 아는 인사로부터 이씨가 사업가 박종석씨(65)의 사무실에서 인사 청탁과 각종 이권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문제의 사무실은 동교동의 주상복합 오피스텔 ‘LG 팰리스’ 801·802호로 아태재단 사무실에서 불과 3백여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이 오피스텔 소유주는 박종석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건설회사 효신공영(주)이다. 그러나 소유권만 효신공영에 있을 뿐 이수동씨가 최근까지 자신의 개인 사무실처럼 사용해 왔다.



각각 55평과 25평으로 시가 5억원이 넘는 이 사무실은 지난 3월 8일부터 누군가 회사 명패마저 뜯어버린 상태에서 굳게 문이 잠겨 있다. LG팰리스 빌딩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텔레비전으로 보고 나서야 빌딩을 드나들던 그 노신사가 이수동씨인 줄 알았다. (이씨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사정에 밝은 한 60대 인사는 “그 사무실은 이수동씨의 아지트다. 한마디로 아방궁이다”라고 말했다. 이씨가 박씨와 함께 사무실에서 온갖 이권을 주물렀다는 주장이다.
이수동씨는 올해 초까지도 아태재단 근무가 끝난 뒤에 거의 매일 오피스텔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낮에는 주로 오피스텔 2층 카페를 이용했다.



사무실 빌려준 사업가는 핵심 측근



오피스텔 빌딩의 카페 직원은 “이수동씨는 주로 낮에 찾아왔다. 술은 마시지 않고 음료를 마시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말했다.
박종석씨는 특히 이수동씨 로비·인사 청탁 의혹과 관련해 새로 주목할 대상이다. LG팰리스 2층 카페에서 이수동씨를 만나기도 했다는 도승희씨(60·전 <서울시정신문> 사장)는 박씨가 이수동씨와 바로 통하는 핵심 측근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이씨를 통해 청탁을 넣거나 돈 될 만한 사업들을 알아보아 주었다는 주장이다.





이수동씨 집에서 발견된 각종 문건도 사실은 오피스텔에서 먼저 논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씨의 일산 자택에서는 차기 정권 창출 연구와 언론 대책 문건이 발견되어 정권 막후 실력자로서 국정에 간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택에서는 또 ‘서울 월드컵 경기장 매장 운영 계획 및 경기장내 기념품 매장 임대 절차도’라는 2쪽짜리 서류도 발견되어 이씨가 월드컵 경기 때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는 매장 임대·운영권에 개입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낳았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오피스텔이 이권 알선과 청탁을 하기에는 적당한 장소였을 것이다. 아태재단 직원들도 이런 사무실이 있는지 몰랐다.



아태재단 직원도 ‘사무실 존재’ 몰라



이수동씨가 도승희씨에게 ‘도피 자금’으로 건넸다는 주택채권 9장(4천5백만원 상당)도 건설회사인 효신공영과 관계된 회사들을 거쳐 이수동씨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검과 언론은 주택채권의 출처로 임대 아파트 건설을 통해 현정권에서 급성장해온 ㅂ건설만 주목해 왔지만 지금까지 별 진전이 없었다.



이수동씨는 김영삼 정부 때의 홍인길씨처럼 정권 교체 뒤 청와대 총무수석이 되기를 원했지만 고령이어서 당시 박금옥 수석에게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기자나 지인들에게 공공연히 총무수석을 자임하고 다녔다고 한다.



특검은 지난 2월 말 이수동씨 자택을 압수 수색했지만 이 오피스텔을 수색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차정일 특별검사는 “이수동씨 개인 사무실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라며 존재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차정일 특검팀은 이미 ‘이수동 게이트’의 뇌관이 될 이씨 사무실과 박종석씨에 대해 수사를 깊숙이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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