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재 검찰총장을 믿는다”
  • 나권일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2.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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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일 수사 끝낸 차정일 특별검사 인터뷰/“김성환씨 수사에 힘 쏟아야”
차정일 특검이 3월25일 최종 수사 발표를 끝으로 1백5일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차특검은 이용호씨 돈이 정치권 인사들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지만 계좌 추적이 불가능한 ‘현금’이어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신승남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를 구속했을 때가 인상 깊었고, 이수동씨가 특검팀을 고소했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수사 발표에 앞서 3월23일 차특검을 단독으로 만났다.




1백5일 대장정을 마쳤는데, 나름의 소회가 있을 것 같다.


마치 시지프스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홀가분하다. 특검 초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수사하겠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는?


이수동씨가 파견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소했을 때였다(3월8일). 이수동씨는 실제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변호인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며 말을 흐렸지만, 손발처럼 부리던 사람이 고소당하니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차특검은 이수동씨가 고소한 뒤 오전 2시에 사무실을 나가 통음하고는 해 뜨기 전에 출근해 수사 중간 발표를 준비하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수동씨는 동교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시사저널> 제647호 보도)을 어떻게 활용했나?


이수동씨가 개인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안다고 해도 말할 수 없다(차특검의 ‘노 코멘트’와는 달리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도승희씨가 여러 차례 이수동씨 사무실을 드나들었고, 이씨가 12월22일 도승희씨에게 도피 자금으로 주었다는 주택채권 6천만원도 이 사무실에서 건네졌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용호씨가 2001년 5∼8월 골프 가방에 1억원씩 담아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정치자금 수사는 어떻게 되었나?


특검 기간 막바지에 정보를 입수해 수사 시간이 부족했다. 문제가 된 정치자금이 모두 현금이어서 애초부터 계좌 추적이 불가능했다.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대리인 격인 김성환씨 돈이 아태재단으로 얼마나 흘러들어갔나?


민감한 부분이라 말할 수 없다(차특검은 ‘이용호씨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마포 사무실을 한 차례 이상 방문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한 사업가의 신분에 대해서도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었다).


검찰이 앞으로 중점을 두고 파헤쳐야 될 문제는 무엇인가?


특검이 시간이 부족해 중단한 김성환씨 수사에 힘을 쏟아야 한다. 김성환씨 차명계좌 6개에 입금된 90억원 중 10억원이 특히 의심스러운 돈이다. 이용호·김영준·김현성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계좌 추적에 더 매달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차특검은 7개월∼ 1년 정도 소요될 공소 유지를 위해 서울 서초동 신한국빌딩 9층에 30평 규모의 새 사무실을 마련했다. 차특검은 3만5천쪽이나 되는 수사기록을 3월25일 대검에 모두 전달했고, 재판에 충실하기 위해 공소 유지 기간에 변호사 업무도 접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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