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일 대장정을 마쳤는데, 나름의 소회가 있을 것 같다.
마치 시지프스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홀가분하다. 특검 초기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게 수사하겠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최선을 다했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때는?
이수동씨가 파견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고소했을 때였다(3월8일). 이수동씨는 실제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변호인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며 말을 흐렸지만, 손발처럼 부리던 사람이 고소당하니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다(차특검은 이수동씨가 고소한 뒤 오전 2시에 사무실을 나가 통음하고는 해 뜨기 전에 출근해 수사 중간 발표를 준비하며 전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수동씨는 동교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시사저널> 제647호 보도)을 어떻게 활용했나?
이수동씨가 개인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안다고 해도 말할 수 없다(차특검의 ‘노 코멘트’와는 달리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도승희씨가 여러 차례 이수동씨 사무실을 드나들었고, 이씨가 12월22일 도승희씨에게 도피 자금으로 주었다는 주택채권 6천만원도 이 사무실에서 건네졌다는 사실을 확인해 주었다).
이용호씨가 2001년 5∼8월 골프 가방에 1억원씩 담아 정·관계 인사들에게 건넸다는 정치자금 수사는 어떻게 되었나?
특검 기간 막바지에 정보를 입수해 수사 시간이 부족했다. 문제가 된 정치자금이 모두 현금이어서 애초부터 계좌 추적이 불가능했다.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대리인 격인 김성환씨 돈이 아태재단으로 얼마나 흘러들어갔나?
민감한 부분이라 말할 수 없다(차특검은 ‘이용호씨가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의 마포 사무실을 한 차례 이상 방문했다’고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한 사업가의 신분에 대해서도 수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입을 다물었다).
검찰이 앞으로 중점을 두고 파헤쳐야 될 문제는 무엇인가?
특검이 시간이 부족해 중단한 김성환씨 수사에 힘을 쏟아야 한다. 김성환씨 차명계좌 6개에 입금된 90억원 중 10억원이 특히 의심스러운 돈이다. 이용호·김영준·김현성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도 계좌 추적에 더 매달리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명재 검찰총장이 검찰의 명예를 걸고 잘 할 것으로 믿는다.
차특검은 7개월∼ 1년 정도 소요될 공소 유지를 위해 서울 서초동 신한국빌딩 9층에 30평 규모의 새 사무실을 마련했다. 차특검은 3만5천쪽이나 되는 수사기록을 3월25일 대검에 모두 전달했고, 재판에 충실하기 위해 공소 유지 기간에 변호사 업무도 접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