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과 22억원 ‘진실 게임’
  • 이숙이 기자 (sookyi@sisapress.com)
  • 승인 2002.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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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진흥 김선용 부회장 ‘비자금 제공’ 주장…한나라당 “중상 모략”



경기도 부천 신앙촌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기업의 자금 22억원이 1997년 대선 직전 이회창 후보측에 유입되었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었다. 이번에는 그동안 비자금 제공 의혹을 받아온 기양건설이 아니라, 기양건설에 재개발 사업권을 빼앗긴 세경진흥이 주인공이다.


조합주택개발업체인 (주)세경진흥 김선용 부회장은 12월2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97년 11월5일과 13일 자기앞수표 3억원과 약속어음 18억원을 이회창 후보측에, 그리고 1억원은 여론조사 전문 기관에 직접 전달했다면서, 관련 수표와 어음 사본을 공개했다. 김부회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한나라당측 인사는 이후보의 동생 이회성씨와 세풍의 주역으로 지목된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이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서상목 전 의원과 현홍주 변호사이며, 전달한 장소는 ‘소공동 롯데호텔의 이후보 캠프 사무실’이다.


김부회장은 이후보측에 돈을 건넨 배경을 ‘보험용’이었다고 설명했다. “1995년부터 신앙촌 재개발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었는데, 기양건설이 끼어들면서 사업이 꼬여 결국 1997년 3월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백방으로 알아 보니 그 배경에 신한국당 권력 실세들이 있었고, 신한국당과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차후로도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겠다고 판단해 이회창 후보측에 줄을 대기로 했다”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거짓 반박하면 소송 제기”


김부회장은 경기고·서울 법대 출신인 세경진흥의 이 아무개 회장과 함께 이후보 측근들과 접촉해, 가장 효과적으로 정치 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을 찾다가 조 슈메이트·딕 모리스 같은 미국의 선거전략가들을 이후보측에 연결해 주고 그 비용을 세경이 대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조 슈메이트 등 미국 선거 전문가들이 내한하기로 협상이 끝난 1997년 10월, 상황이 돌변했다. 현홍주씨가 야당이 선거 캠페인 용역비를 미국에 지급하는 것을 알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용역 계약을 포기하고 차라리 그 돈을 이후보측에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부회장은 “미국에 용역을 주면 비용을 계약금·중도금 등으로 나누어 낼 수 있었으나 한꺼번에 준비하려니 벅차서 어음을 발행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기양건설 비자금 사건이 터진 후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과 홍준표 의원이 각각 논평과 텔레비전 토론을 통해 “비자금을 어음으로 주는 경우도 있느냐”라고 반박했지만, 자기도 어음으로 주었고 한나라당은 이 어음을 받은 즉시 할인해 썼다는 것이다.


이 날 기자회견장에는 김부회장의 요청을 받고 미국 선거전략가들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로비스트 알렌 톰킨스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협상 당시 몰래 내한해 현홍주씨를 만났다면서, 당시 받은 현씨의 명함(‘변호사 현홍주’라고 찍혀 있었다)을 제시했고, 조 슈메이트측과 주고받은 팩스 사본도 공개했다. 김부회장은 만약 한나라당이 또다시 거짓 반박을 할 경우 이후보측에 제공한 자금에 대한 반환청구소송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전형적인 뒤집어씌우기식 중상 모략이라며 “불법 도청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자 어떻게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분산해 보려는 속 보이는 술수에 불과하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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