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원에 그 관료’ 술 취한 국감
  • 광주·羅權一 주재기자 ()
  • 승인 1999.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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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방국세청 국정감사 후 호화판 향연… 질의·답변은 대충대충
광주시 쌍촌동에 있는 ‘광주 지방 국세청’(광주국세청·청장 이재광)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납니다’ 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민원인들에게 달라진 국세청의 모습을 홍보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광주국세청은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는커녕 오히려 청산해야 할 구태를 보여 세인들의 입에 올랐다. 예전처럼 국정감사를 나온 국회 재경위원들에게 ‘호화 접대’를 베푼 것이다.

지난 9월29일 국회재정경제위원회 2반(반장 박정훈 국민회의 의원)의 광주국세청 국정감사는 알맹이 없는 부실 국감으로 이어졌다. 이 날 재경위원들이 광주지방국세청에서 감사를 시작한 시간은 오후 3시께. 애초부터 재경위원 12명의 질의와 응답이 충실히 이루어질 시간적 여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미 광주국세청측은 광주 무등산 자락 아래 풍광 좋은 고급 한정식 집을 저녁 식사 장소로 예약해 둔 터였다. 재경위원 4명의 질의에 대한 광주국세청장의 답변이 끝나자 광주 출신인 자민련 지대섭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나머지 8명의 질의 답변은 서면으로 대체하자며 감사 종료를 제안한 것.

선도하는 경찰 순찰차를 따라 지하철 공사로 복잡한 광주 시내를 통과해 재경위원들이 국세청으로부터 10여 ㎞나 떨어진 광주시 운림동 ㅇ회관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ㅇ회관은 무등산 증심사 지구에 자리잡은 고급 한정식 집인데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평소 유명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재경위원 12명과 이재광 광주국세청장이 참석한 이 저녁 식사는 1인당 3만5천원짜리 고급 한정식으로, 반찬이 30가지에 이르는 호화판이었다. 고급 양주 10병이 들어왔고, 역시 ‘광주에 왔으니 남도창을 들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제안에 국악 연주와 함께 ‘음주 가무’가 곁들였다. 이 날 술값을 포함한 저녁 식사 비용은 물경 3백여만원. 국회 재경위가 수십만 원을 부담했지만 대부분의 비용은 광주국세청장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9월30일, 국세청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96∼98년에 이르는 3년 동안 기업들이 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이 무려 9조9천8백원이나 된다고 밝히고, 그 원인을 ‘비합리적인 기업 문화’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막상 국세청은 전 날 광주에서 식사 접대에 수백만원을 썼다. 고질적인 접대 문화와 국회 재경위원들의 부실 국감이 어우러진 씁쓰레한 구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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