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마당]김용태 권노갑 김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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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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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에 있다 청와대 직행 김용태 실장의 새옹지마

정치권에서는 영문 머리 글자를 딴 ‘YT’로 더 많이 불리는 김용태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 야당 출입 기자 시절부터 김영삼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그는 문민 정부 들어 YS 때문에 울고 웃었다.

김실장은 정계에 입문한 뒤로 지역구인 대구에서만 내리 4선을 기록했다. 순항이었다. 그러다 15대 총선에서 낙선하는 바람에 5선 문턱에서 좌절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몰아친 반YS 정서가 YT조차 손들 수밖에 없을 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YS는 집권 이후 두 번이나 YT를 챙겼다. 94년에는 내무부장관으로 임명해 92년 대선 때 진 신세를 갚더니, 이번에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총선 때 진 빚을 갚았다. 김실장으로서는 낙선이 새옹지마가 된 셈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한치 앞의 자기 운명도 짐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선거에 패하자 ‘1년간 바람을 쐬고 돌아오겠다’면서 중견 언론인 재교육을 지원하는 ‘니만 펠로우십’을 신청했고, 아시아재단측은 지난해 말 엄정한 심사를 거쳐 그를 한국측 연수 대상자로 확정했었다.

이번 청와대 인사로 말미암아 YT는 미국행 대신 청와대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번 청와대행이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두고볼 일이다.“총재 향한 일편단심이야…”수의 입고도 보좌 바쁜 권노갑

DJ에 대한 권노갑 의원의 옥중 보좌가 지극 정성이다. 한보 사건으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 권의원은 면회 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총재님 좀 잘 보필해 달라’고 부탁한다. 듣는 사람 가슴이 찡할 정도라고 한다.

찾아오는 사람만으로는 부족했던지 당내 비주류인 김상현 의원과 정대철 부총재에게는 밀사를 보냈다. 김원길 의원과 한기찬 변호사를 통해 당의 단합과 총재 보좌를 당부한 것이다.

권의원은 간혹 정세에 대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는다. ‘DJ 만달러 수수설’이 불거지자 면회간 몇몇 보좌관에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증인 몇 사람을 일러주기도 했다.

권의원의 성의에 대한 화답 차원인지 김상현 의원은 구치소로 권의원을 찾아가 “당은 걱정말라”고 위로했다. 머지 않아 정부총재도 면회갈 예정이다. 권의원은 요즘 ‘밖에서 못 이룬 당내 화합을 옥중에서 이룰 모양’이라는, 칭찬 반 아쉬움 반의 소리를 듣고 있다.


언론 무관심에 민주당 조바심“제발 욕이라도 한 줄 써달라”

대중의 지지가 생명줄인 정치인들이 가장 두렵게 여기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히 비리나 추문에 연루되어 구속되거나 세간의 비난을 사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에 못지 않게 괴로운 일도 있다. 그것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요즘 심경이 바로 그러하다.

노동법과 한보 파동의 소용돌이에서 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마포 당사는 말 그대로 썰렁하다. 야당 출입 기자들이 여의도 가는 길에 잠깐 ‘인사차’ 얼굴을 들이미는 것이 고작이어서 기자실은 언제나 텅 비어 있다. 권오을 대변인은 한보 파동 때 김대중 총재를 싸잡아 비난하던 민주당의 과거 논평과 달리 여당의 실책을 예리하게 꼬집는 논평을 내놓아 정가 내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논평은 언론에 거의 한 줄도 실리지 못했다. 각 언론사에 거칠다 싶을 정도로 항의해 보았으나 약효는 별로 없었다.

그 때문에 민주당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요즘 기자들을 만나면 “제발 욕이라도 한 줄 써달라”고 주문한다. 욕을 먹는 것보다도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훨씬 견디기 어렵다는 얘기이다.땅부자에겐 로비 무용지물 한보 태풍 비켜간 김진재

부산에서 그의 땅을 밟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다는 땅부자. 천억대 재력가 김진재 의원(신한국당). 현정권 초반만 해도 돈 많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눈길은 그다지 곱지 않았다. 실제로 김의원은 93년 재산 공개 때 수십억을 축소 신고했다는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유전유죄(有錢有罪)라고 할까.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김의원은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한보 태풍이 여의도를 강타할 무렵, 검찰 주변에서는 부산·경남 출신 정치인 가운데 김진재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한보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김의원이 꼭 깨끗한 정치인이어서라기보다는 워낙 돈이 많기 때문에 한보의 로비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4선인 김의원은 웬만한 여야 중진 치고 거의 오르내리지 않은 사람이 없는 한보 리스트에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 공직자 재산 변동 명세에 따르면, 김의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주식 배당과 유상 증자로 가만히 앉아서 79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통틀어 재산 증가 1위였다. 얼마 전까지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겨보던 사람들도 이제는 부러워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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