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재평가, 저울은 신문
  • 徐明淑 기자 ()
  • 승인 1995.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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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앤 리서치 여론조사 <조선> <중앙> 독자 “긍정적”
일부 언론 매체가 얼마 전부터 ‘건국의 아버지’ ‘나라를 세운 인물’로 요란하게 치켜세우며 재평가 작업에 나선 초대 대통령 이승만. 정치인 이승만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은 과연 어떠할까. 언론의 이승만 재평가 작업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반의 평가가 구독 신문에 따라 매우 다르다는 결과가 제시돼 눈길을 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주) 리서치 앤 리서치(대표 노규형)는 지난 11일 전국 성인 남녀 6백명을 대상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표준 오차 ±4% 신뢰 수준 95%). ‘요즈음 일부 언론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활발합니다만 선생님께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발전에 공적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실책이 더 많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6.1%가 ‘공이 많았다’고 대답했다. ‘실이 더 많았다’는 응답자는 36.1%, ‘모르겠다’는 응답자도 17.8%에 이르렀다.

응답자들의 반응은 연령 별로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20대에서는 36.5%만이 ‘공이 많았다’고 대답한 데 비해, 연령이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다(30대 38.9%, 40대 44.3%, 50대 67.1%). 이는 세대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의 반공 극우 노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역시 구독 신문과 이승만 평가와의 상관 관계이다. ‘이승만 캠페인’을 벌이거나 이승만 전기를 게재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독자들은 각각 52%, 56.3%가 ‘공이 많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신문 독자의 긍정적 평가는 전체 평균(46.1%)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한편 <동아일보> 구독자는 34.7%만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이 조사는 이승만 대통령 전기나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구독자층이 그렇지 않은 <동아일보> 구독자보다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이 자료만으로는 특정 신문 구독이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만들었는지, 아니면 원래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신문을 구독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를 주도한 노규형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 기사 연재가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개연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한편 이 조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이승만 전 대통령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공이 많았다’는 응답자가 79.7%, ‘실이 많았다’는 응답자가 14.0%를 차지했다. ‘모르겠다’며 평가를 유보하거나 주저한 경우는 6.4%에 불과해, 응답자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모르겠다’ 17.8%)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평가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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