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마당] 김원기·김윤환·김용갑·김영배
  • ()
  • 승인 1996.06.0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둘려’ 김원기 대표 ‘서둘러 결단’ 대변신

요즘 김원기 민주당 공동대표의 발 빠른 행동을 보면 ‘지둘려’라는 그의 별명을 ‘서둘러’로 바꿔도 될 것 같다. 복잡한 당내외 상황이 닥칠 때마다 재빨리 일도양단의 결단을 내리는 김대표에게서 예전의 꾸물대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서두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그는 당내 경쟁자들이 눈독을 들이는 당권을 과감히 포기하는가 하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민 야권 공조의 손길을 단호히 뿌리쳤다. 그는 DJ를 향해 ‘2중대론’을 사과하라고 요구하며, 당내에서 가장 강도 높게 ‘들러리 공조’에 나서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원들은 그의 과감한 결단력에 내심 혀를 내둘렀다.

동작이 느린 김대표가 그토록 빨리 결단을 내린 것은 DJ에 대한 깊은 반감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번 총선에서 동교동 가신을 내보내 자신을 떨어뜨린 DJ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변에는 그가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서둘러 결단을 내리다 대국을 그르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김윤환 “TK 홀대하지 말라”의장직 놓고 탈당 배수진

빈배(虛舟) 김윤환 전 신한국당 대표가 일본에서 돌아왔다. 그는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열흘을 내어 완벽하게 사적인 휴식 기간을 보냈다. 허주 나름의 ‘일본 구상’을 가다듬었음직한 시간이다.

돌아오자마자 그는 대구 지역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최근 항간에 떠도는 신당 창당설에 대해 “문민 정부 창출에 기여한 만큼 안에서 노력해 보겠지만, (정국이) 내가 생각한 것처럼 돌아가지 않으면 한번쯤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태도다. 여운을 강하게 풍기는 발언이다. 그는 국회의장설에 대해서도 “누가 시켜준다고 한 적도 없었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의가 오면 그때 생각해 보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정가에서는 허주가 탈당 가능성까지 은근히 내비치면서 여권내 ‘TK 효용론’을 극대화하는 고단수를 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허주 자신도 야권내 TK들이 DJ와 손을 잡으려는 판에, 여권이 여권내 TK를 홀대하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으리라는 점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김대통령의 국회의장 낙점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갑은 역시 돈키호테 신한국당 입당 공개신청

6공 당시 총무처장관 자리를 ‘화끈하게’ 내던진 뒤 보수 우익 논객임을 자처해온 무소속 김용갑 당선자(경남 밀양)가, 이번에는 신한국당 입당을 공개 신청함으로써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의 입당 신청이 특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신한국당이 장외 집회로 나선 야당과 대화 물꼬를 트기 위해 추가 영입을 보류하기로 발표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김당선자는 입당 신청의 변으로 “무소속 처지에서 정당 선택은 정치인의 자유 의사에 의해 결정할 수 있으며, 여야의 정치 흥정이나 협상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신한국당 지도부는 야권을 의식한 추가 영입 중단 방침과 더불어, 입당 희망자를 막지 않겠다는 입장도 천명한 상태여서, 김당선자의 공개 입당 신청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돌격대장 김영배 ‘감투복’ 터졌다

‘사무라이’라고 불릴 정도로 선이 굵고 과감한 돌파력을 자랑하는 국민회의 김영배 부총재. 그는 요즈음 야3당 부정선거 진상조사단 국민회의측 단장을 맡아, 발로 뛰어다니면서 노익장(63세)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도 당이 무슨 진상조사위원회만 구성했다 하면 으레 위원장 자리를 도맡다시피 했다. 93년 김대중 납치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탐내는 사람이 많았지만, DJ가 점찍었던 그에게 돌아갔다.

게다가 그는 머지 않아 새로운 감투를 하나 더 쓰게 될 전망이다. 현재 김대중 총재는 원내 제1 야당 몫인 국회 부의장 자리에 김부총재를 내정했다는 후문이다. 당의 내로라 하는 중진들이 거의 낙선했기 때문에, 국회 부의장을 맡길 만한 인물이 달리 없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내 최다선인 5선 의원은 김상현 지도위 의장과 김영배 부총재, 그리고 여당에서 ‘귀순한’ 박정수 부총재뿐이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 뒤에 치른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최하위 득표로 낙선하는 불운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는 중진들이 다 전사한 서울 총선에서 보기 드물게 생환했고, 이제는 감투복을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