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추협 옛 전우들 다시 뭉치는가
  • 崔 進 기자 ()
  • 승인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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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상도동 사람들, 창립 기념식 공동 개최…정계 개편 물꼬 틀 가능성
5·18이 대화합 정치의 물꼬를 틀 것인가. 광주민주화운동 18주기를 맞는 오는 5월18일 서울시내 한복판(세종문화회관)에서 동교동과 상도동 사람들이 모여 민추협 창립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그동안 민추협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김상현 의원과 간사를 맡고 있는 남궁진 의원은 이번 행사를 옛 전우들이 재결합하는 장, 나아가 범민주세력이 대화합하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추협이 행사일을 굳이 5월18일로 정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민주화운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5·18 기념일에 민주화 세력이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다. 18년 전인 80년 5월 이들 민추협 세력은 대권을 코앞에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다가 신군부에 풍비박산했고, 이후 지금껏 다른 길을 걸어온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민추협 세력이 정계개편설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미묘한 시기에 성대한 기념 행사를 갖는다는 것은 의미 심장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번 모임을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범민주세력 대연합으로 가는 첫삽 뜨기로 보려는 시각도 있다. 요컨대 국민회의는 6·4 지방 선거 이전에 야당 의원 10여 명을 받아들이는 소개편을 단행하고, 선거가 끝난 뒤 민주계 등 개혁 세력과 손잡는 대개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다. 이런 대개편 대상에 상도동계 민추협 세력이 1순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23일 YS는 민주계 중진들과 극비리에 만나 동교동과 재결합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자민련 견제하려 민주계 영입에 적극

국민회의가 정계 개편이라는 지상 과제를 앞에 두고 특히 민추협 세력에 정열을 쏟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물론 옛 전우여서 쉽게 의기 투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지만, 상도동계는 집단성이 강해 집단 영입이 쉽다는 절차상의 이점도 있다. 다시 말해 몇몇 보스만 들어오면 나머지 계보원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민주계가 비록 한보 사태로 도덕적인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개혁파라는 점도 국민회의로서는 끌리는 대목이다. 다른 정파들이 들어오면 ‘의원 빼가기’라는 시비가 일지 몰라도, 민주계를 데려오면 그런 시비를 피할 수 있을 뿐더러 오히려 개혁 색깔을 선명하게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민추협 세력, 즉 동교동과 상도동이 하나로 똘똘 뭉친다면 다시금 개혁의 깃발을 휘날리고, 장기적으로는 보수의 깃발을 내건 자민련 세력을 견제할 수 있다.

민주계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은 영남이라는 지역 기반이다. 이 지역에서 김대통령의 기반이 약하고, 또 현정권 들어 가뜩이나 호남 편중 인사라는 비판론이 비등한 터에 동교동과 상도동이 연대할 경우 그런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장애물이 놓여 있다. 우선 민주계 자체가 예전처럼 탄탄한 구심력이 없다. 제각각이다.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에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내 민주계만 해도 서로 생각이 달라서 행동 통일이 어렵다.

게다가 국민신당 이인제 고문은 민주계가 뭉치는 이른바 민주대연합론에 부정적이다. 만약 민주계 서열을 중시하는 민주대연합이 이루어질 경우 이고문은 5백만 표를 얻은 만큼의 예우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교동과 상도동이라는 양대 산맥이 문자 그대로 산산조각났던 80년 5·18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조심스럽게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5·18은 김대통령의 대화합 정치가 열매를 맺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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