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 권노갑, 화해 자리 마련했다 '불신'만 키워
  • 이숙이 기자 (sookyi@e-sisa.co.kr)
  • 승인 2001.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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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만나지나 말 것을…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김홍일 의원은 요즘 껄끄러운 사이다. 차기 대선과 목포 지역구 문제를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이 지난 11월 말 시내 한 호텔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 두 사람과 다 친한 최재승 의원이 "서로 오해나 풀자"며 주선한 자리였다. 동교동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원래 한화갑 고문도 같이 만날 계획이었으나 권씨가 반대해 무산된 것으로 안다"라고 귀띔했다.


김홍일 의원은 이날 상당히 마음을 열었다. 그는 "내년 1월6일(김대통령의 생일) 이후 신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아버지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아저씨가 도와 달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최재승 의원 역시 "동교동계가 신·구파로 갈려 비난하는 모습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라며 단합을 호소했다.


하지만 권씨가 문제였다. 주로 얘기를 듣던 그는 "나는 김의원이 목포 지역구를 내 아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하면서도, 김의원의 '도와 달라'는 말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권씨의 완강함에 대해 한 측근은 "권씨에게는 아직도 '내가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서운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DJ)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지만, 아들(김의원)을 위해서까지 죽을 수는 없다는 것이 권씨의 심정이라는 얘기다.


이런 권씨의 태도에 김의원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는 이날 회동에 대해 공식으로 설명하기를 꺼렸다. 한 측근이 "권 전 위원과 오랜만에 얼굴을 본 것일 뿐이니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김의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시는 (권씨를) 만나지 않겠다며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최재승 의원 역시 괜한 일을 했다며 후회했다고 한다. 화해를 위한 자리가 불신만 더 키운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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