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풍수 바꿔 DJ 운 트이나
  • 주진우 기자 (ace@sisapress.com)
  • 승인 2003.01.2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년 ‘기’ 뚫기 공사 마쳐…“말년 편할 것”


"한국인이여, 이제는 ‘고맙다 김대중’이라고 말하자.” 틈만 나면 김대중 대통령 비판에 열을 올리던 일본의 대표적 경제 평론가 오마에 겐이치(大前硏一·미국 UCLA 대학 교수)가 DJ가 한국 경제를 회생시켰다며 극찬하고 나섰다. 그는 4년 전 격주간지 <사피오>에 실린 기고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지도력으로는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없다. 그는 후세 역사가들로부터 실패자로 낙인 찍힐 것이다’라고 혹평한 바 있다.



두 아들이 구속됨으로써 ‘고개 숙인 대통령’의 전철을 밟는 듯했던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오마에 겐이치의 경우처럼 DJ에 대해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사람은 비단 DJ의 측근뿐만이 아니다. 북한 핵 위기와 맞물려 DJ가 퇴임 후 남북 문제와 세계 평화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전문가도 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DJ의 말년은 전임 대통령들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카터처럼 퇴임 후 더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조언’ 따라 정비



임기 말이 되어서야 기운이 틔었다는 DJ. 그 원인을 풍수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DJ 임기 중 대대적으로 벌인 청와대 주변 환경 개선 작업이 막혀 있던 청와대의 기를 뚫어줌으로써 DJ와 청와대가 더 이상 구설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풍수의 대가로 이름 난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 “DJ는 일본 총독과 역대 대통령들의 비참한 말로를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통령 본인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2년 전 공사를 통해 청와대의 풍수를 바꾼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실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 터는 일본인들이 의도적으로 모욕을 가한 땅이어서 군데군데 맥이 끊겨 있었다고 한다. 공사를 통해 조금이나마 청와대의 맥을 이은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00년부터 2001년 말까지 청와대 경호실은 군 경비 시설을 재배치하는 등 청와대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경호실 설명에 따르면, 공사 목적은 위압감을 주는 시설물을 최소화해 국민에게 다가가는 경호를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사업에는 풍수가 세심히 고려할 대상이었다. 정비 사업을 시작하기 전 청와대측은 최창조씨를 두 차례 불러 조언을 듣고 이에 따랐다고 한다. 공사 당시 DJ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었고, 민주당 내에서도 DJ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청와대 경호실측은 북악산 정상에 위치한 방공통제대를 옮기고 이 자리에 진달래와 구상나무를 심었다. 산 정상은 풍수에서 결코 건드려서는 안되는 신성한 곳인데, 특히 북악산은 청와대 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상 주변 벙커 등지에 방치했던 폐자제와 쓰레기 4백20t을 헬기로 말끔히 치웠다. 또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외곽을 경비하는 군인들이 군대의 기(氣)로 산의 기를 눌러야 한다며 필요 이상으로 깊이 파놓은 참호도 메웠다. 대통령 관저 바로 뒤편에 있던 외곽 지휘소를 옮기고 그 자리에 아담한 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이 들어선 자리는 북악산에서 청와대를 거쳐 경복궁 근정전 방향으로 흐르는 용맥(龍脈)이 지나는 곳으로, 일제가 총독관저를 지어 민족의 맥을 끊고자 했던 곳이었다. 또 위압적이던 초소를 64개에서 48개로 줄이고, 등산로 주변 진지 30여 개도 철거했다. 이때 1968년 김신조 습격 사건으로 통제된 청와대 뒤편 칠궁 주변의 초소들도 모두 철거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의 흉물스런 철망 울타리도 걷어내고 꽃길을 조성했다. 외래 수종을 국내 수종으로 교체하고, 복토 작업 때 북악산과 같은 토질의 흙이 사용된 것도 풍수의 기본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






“청와대는 사람 살 자리 아니다”



그러나 대대적인 환경 정비 이후 계속된 추문과 대통령 두 아들 구속으로 청와대측은 이 사업에 대한 말을 아껴야 했다. 풍수를 고려한 것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창조씨는 “땅은 사람과 같아 한번 고장 나면 후유증을 겪고 치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에야 어느 정도 회복되어 건강을 찾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연유로 후임자인 노무현 당선자는 전임 대통령처럼 커다란 치욕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풍수학자들은, 청와대는 빨리 떠나면 떠날수록 이롭다고 입을 모은다. 몇 가지 나쁜 기운이 사라졌을 뿐, 청와대는 신(神)의 자리어서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풍수상 DJ의 말년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풍수학자들은 “한번 떠난 집은 다시 돌아가는 법이 아니다”라며 동교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대단히 좋지 않은 일로 보고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퇴임 후 모두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갔는데 비운을 겪었다는 것이다. 다만 DJ는 동교동에서 일산으로 이사간 후 다시 동교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그 나쁜 기운은 상당히 완화되었다고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