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김새는 장비 머리 속은 조조
  • 안철흥 기자 (epigon@sisapress.com)
  • 승인 2003.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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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노무현 복심 읽고 ‘4천억’ 발언?



'생긴 것은 장비인데, 속은 조조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를 일컫는 말이다. 그는 민주당에서 전략통이자 아이디어 맨으로 통한다. 동교동계인 그는 지난해 여름 대선기획단장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 선대위가 발족한 뒤에는 물밑에서 한화갑 대표 등 구주류 인사들과 선대위 사이의 가교역을 맡는 데 힘썼다. 다변가이자 골초로도 유명했는데, 담배는 지난해부터 끊었다.



그런 그가 비서실장 내정 직후 다변가다운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청와대 직제 개편 구상이 그를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인위적 정계 개편은 없지만 자연적 정계 개편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 화제가 되었다. ‘4천억원 의혹은 현정부에서 털고 가야 한다’는 발언은 1주일 사이에 만들어낸 세 번째 뉴스다. 같은 자리에서 ‘지난해 청문회 때 총리 후보 60여 명을 검증해 봤지만 합격점에 든 인물은 1명뿐이었다’는 말도 했지만, ‘4천억 파문’에 묻혔다.



이런 발언은 그가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과거 통합민주당 시절부터 기자들을 자주 만나 정세 분석도 해주고 정보도 주고받고 했는데, 스스로 이를 ‘봉숭아 학당’이라고 명명했다. 당시 코미디 프로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파문이 인 다음날 그는 봉숭아 학당을 폐쇄한다고 했다. 스스로 실언에 따른 설화라는 점을 인정한 것.



그런데 하루 뒤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노당선자가 그의 말을 사실상 반복하며 공론화해버린 것. 이후 그가 당선자의 복심을 읽고 정치권에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 새로 등장했다. 진실은 뭘까.
노당선자의 한 참모는 문씨가 통추 출신이 아니면서도 당선자와 정치적 코드가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제 동교동계가 아니라 노무현 사람이라며, 비서실장 내정도 대선 공로보다 이런 정치적 평가 덕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당선자가 문씨의 발언을 재빨리 공론화한 데는 정무팀 띄워주기 차원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소수 정권을 원활히 이끌기 위해서도 김원기-문희상-유인태로 이어지는 정무 라인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 아무튼 문희상 내정자가 노당선자로부터 아무런 질책을 듣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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