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지금, 절망에서 희망으로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2003.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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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정부 요직에 지역 인사들 두루 발탁돼 ‘흐뭇’



대선 직후만 해도 대구 지역 민심은 흉흉했다. ‘대구는 이제 죽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오갔다. 이회창 후보에게 몰표(대구 78.2%, 경북 73.5%)를 던진 대구 사람들은 패배 후유증에다 새 정부 집권 5년 내내 괘씸죄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겹쳐 말 그대로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비친 것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서부터였다. 인수위 7개 분과 간사 중 무려 5개 분과 간사(김병준·이정우·김대환·권기홍·이종오)가 대구·경북 출신으로 채워지는 것을 보며 지역민들은 ‘혹시나’ 하는 쪽으로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곧 ‘역시나’였다며 불평을 터뜨렸다. 청와대 비서실 초기 진용에 지역 출신 인사가 거의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언론은 ‘노(盧), TK 홀대 노골화?’(<대구매일> 2월12일자)라며 원색적인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2월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노대통령은 인수위 위원은 원칙적으로 기용하지 않으려 한다던 애초 방침과 달리 인수위 이정우 간사(경북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기획실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권기홍 간사(영남대 교수)를 노동부장관에 임명했다. 교육 부총리에도 윤덕홍 대구대 총장을 전격 발탁했다. 이쯤 되자 지역민들은 내심 흐뭇한 기색이다.



이들 인사가 1차적으로 ‘대구 민심 껴안기’용 성격을 지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 노무현 정부의 TK 인사 중용 방식은 과거 김대중 정부와는 질적인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안경욱 민주당 대구 북 갑 지구당위원장은 말했다. 김대중 정부가 TK 출신을 중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김중권·권정달·엄삼탁 씨 등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러나 DJ는 이 지역 보수·개혁 세력 양쪽 모두로부터 마음을 얻지 못했다. 보수 세력은 DJ가 가려 쓴 이들을 ‘변절한 TK’로 치부했고, 개혁 세력은 ‘청산해야 할 구악(舊惡)’들이 자기네 공을 가로챘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비해 노무현 정부는 지역별 인사 탕평책을 쓰기는 하되, ‘개혁 코드’가 그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출생지만 TK인 명망가가 아니라 지역에서 최근까지 활동하던 실무자들을 끌어올린 것도 과거와 비교되는 대목이다. “인사에 관한 한 새 정부가 이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본다. 이제는 지역 여론이 이에 화답해 맹목적·냉소적 지역주의를 벗어날 때이다”라는 것이 홍덕률 교수(대구대·사회학)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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