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거물, 한국에 몰려온다
  • 이철현 기자 (leon@sisapress.com)
  • 승인 1997.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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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소프트웨어 업체 한국서 대회전…최고 경영진 잇달아 방한
미국 4대 소프트웨어 업체가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대회전을 벌인다. 이미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나누어 점령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넷스케이프·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오래 전에 국내 지사를 설치하고 시장을 장악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올해 들어 미국 본사의 최고 경영진이 잇달아 한국 땅을 밟고 국내 지사의 선전을 지원·격려했다. 지난 1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이 방한한 이후 2월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에드워드 잰더 사장이 수뇌부를 이끌고 서울을 방문했다.

인터넷·인트라넷 시장에서 각축

이 업체들이 각축하게 될 분야는 인터넷과 인트라넷 시장이다. 국내 인터넷·인트라넷 시장이 이제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단계인 데다 이 분야에 절대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데스크톱 컴퓨터 운영 체제와 프로그램에서 절대 우위를 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시장에서 넷스케이프에 밀리고 있고, 95년 인터넷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를 내놓고 지난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떠오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최강자가 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넷스케이프는 웹서버와 검색 도구 시장에서는 선두 주자지만 인터넷 프로그램 개발 도구에 대한 투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들이 제일 신경을 쓰는 분야는 영어와 다른 한글의 문자 코드 체계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인터넷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 JDK1.1을 발표하면서 한국어 사용자를 감안하여 문자 코드를 2바이트 체제로 바꾸었다. 영어 문자 코드는 1바이트인데 한글은 2바이트 문자 코드를 가지고 있어 JDK1.0을 이용하는 국내 개발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도 ‘영어는 또 하나의 언어일 뿐이다’라고 선언하고 2바이트 코드 체계를 가진 나라의 문자 코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윈도우95가 한글을 지원하는 데 많은 문제가 있었고, 윈도우NT4.0에서도 그 문제가 재현되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멤피스(윈도우97)에 이에 대한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양한 서버 제품으로 인트라넷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내놓은 검색 도구인 익스플로러에 비해 뒤졌지만 한글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네비게이터4.0을 발표하면서 한글판과 영어판을 내놓는 시기가 큰 차이가 나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데이터 베이스 분야 세계 1위인 오라클은 데이터 베이스에 축적된 데이터를 한글로 표시하고 테이블과 칼럼의 이름을 한글로 바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지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삼성데이터시스템 출신인 김재민씨를 2월에 신임 사장으로 영입하고 시장 토착화에 힘쓰고 있다. 넷스케이프 제품을 국내에 판매하는 다우기술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70% 늘린 백억원 정도로 잡았다. 다우기술은 지난해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트라넷 시험 프로젝트를 시행한 결과에 만족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트라넷 사업을 실행하여 중견 기업에도 인트라넷을 도입할 계획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2월26, 27일 서울에서 인터넷 어소시에이츠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국내 협력 업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이 세계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각축장이 된 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가 유행에 민감하여 신기술과 신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의 수명도 짧다. 따라서 신상품이나 신기술에 대한 시장 평가가 빨리 나타난다. 신상품이 성공할지 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세계 소프트웨어 업체는 올해 내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애쓸 것이며, 경영자들도 자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줄지어 한국땅을 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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