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평]아산만을 국제항으로 개발하라
  • 주명건 (세종대학교 이사장) ()
  • 승인 1996.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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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면적이 5백81㎢이고 인구가 2백86만명으로서 65년에 독립한 도시 국가인데 국토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면적 대비 GNP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한국의 30배나 된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 순위가 101위밖에 안되지만 싱가포르에 비해서는 1백70배나 된다. 만일 한국을 싱가포르처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만 있다면 21세기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벨기에·스위스도 물류·정보통신·금융·중개무역의 중심이 됨으로써 강대국의 틈에서 자신들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 국토 대비 GNP 면에서 한국의 2~3배가 된다. 이들이 지역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들의 물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온 덕분이다. 이들은 예외 없이 대외지향적이며 해운 국가이고 물류산업의 비중이 높은 나라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들의 사례들을 잘 연구하여 선별적으로 도입하면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에는 세계 인구의 59%가 살고 있고, 최근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여 경제 비중도 25%가 되었으며 2020년까지는 5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지역 여건에 힘입어 세계 10대 거점항 중에 6개가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는 현재의 천만 TEU급 컨테이너 처리 능력을 2010년까지 3천만 TEU로 확장할 계획이고, 상해도 6백만 TEU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은 북미 노선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고 이 노선의 물동량이 급증하므로 아산­신부산항을 각각 2천만 TEU급 거점항으로 개발하면 동아시아의 물류 기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광양­가덕도항 체제는 배후 지역과 항만이 협소하고 철도·도로 등 인프라스트럭처(도시의 기간적인 부분)가 불비하여 거점항이 되기 어렵다. 둘째, 취급 물동량의 실수요지가 대부분 수도권이므로 경부축·호남축·경인축에 불필요한 교통 혼잡을 초래하고 물류 비용이 많이 든다. 셋째, 상해가 본격 개발되면 화중 이북의 환적 화물을 유치하는 데 경쟁력이 약하므로 지역항으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광양 대신에 아산항을 우선 2천만 TEU급으로 대폭 확대하여 구심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화중 이북의 환적 화물을 수용하는 데 부산보다는 상해가 유리하나, 아산은 이보다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부산은 상해와는 경합이 안되지만 홍콩과는 경쟁적으로 화남 시장을 양분할 수 있으므로,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최적의 조건을 갖춘 아산항을 우선 개발하여 중국으로 하여금 값비싸고 투자 회임 기간이 긴 상해 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면 상해와 홍콩 사이의 지역항들이 북미 노선의 거점항으로 홍콩을 이용할 경우에 2천㎞ 정도 우회해야 하므로 부산항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산항의 배후 지역이 넓어야 하므로 영흥도와 충남 서산군을 연결하는 방조제를 25㎞ 건설하고, 여기에서 생긴 1억1천만평 매립지의 분양 수입 44조원으로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다. 대형 선사들의 전용 터미널 유치는 거점항의 절대적인 선결 조건으로서, 이들의 집중도와 연결망이 해운계의 판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컨테이너선이 대형화·고속화함에 따라 거점항의 집중도가 가속되어 가고 있으므로, 대형 선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충분한 전용 터미널 부지뿐 아니라 편리한 배후 지원 시설과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아산항은 싱가포르만한 자유 무역 도시 적격지

그런 점에서 아산항은 세계 제일의 여건을 갖춘 항구이다. 우선 급증하는 중국의 환적 화물을 취급하는 데 가장 이상적 위치이고 광활한 매립지를 배후 지역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역 면적이 4천㎢나 되어서 연간 20억t 용수가 공급되며, 수도권 운하를 통해 여간 50억t 용수가 유입되므로 담수량 30억t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따라서 아산항 건설은 용수가 부족해 발전이 제약되었던 경기 남부 지역과 충남 지역의 개발을 촉진할 것이며, 싱가포르만한 규모의 자유 무역 도시를 건설할 매립지를 제공할 것이다.

정부가 항만 건설을 추진하는 가덕도 해협은 수심이 1~3m밖에 안되므로 거점항에 필요한 15~25m의 수심으로 준설하는 것은 대단히 비경제적이다. 따라서 이를 매립하고 진해만 전역을 항만으로 개발함이 건설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력을 갖추는 데 좋다. 왜냐하면 동북아 지역의 물동량은 2020년까지 10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항구 규모도 2천만TEU 이상이 되어야 하는 데다가, 신부산항은 매립 면적도 3천5백만평으로 늘어나므로 분양수입 14조원으로 건설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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