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항 개발해 경평 운하로 수도권과 연결해야
한국도 반경 2백㎞이내에 14억 명이 살고 있고 세계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시장이 있으므로 동아시아의 물류 기지만 될 수 있다면 GNP의 20%를 더 벌 수 있다. 또 이 지역의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반사 이익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물류 체계라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먼저 부산항은 가덕도로 옮기더라도 접안 부두의 길이가 짧고 배후 면적이 좁아서 Hub 항구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대형 해운사를 유치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서쪽으로 더 연장하여 거제도를 방파제로 한 진해만 전역을 항구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해운사당 30만~백만 평 정도의 터미널 부지를 분양하는 경우 20대 선사를 유치하기 위한 천만여 평 부지 이외에도 물류 기지를 건설하고 배후 지원 시설 및 중간 가공 시설을 여유있게 수용함으로써 초대형 중심 항구(Mega Hub Port)의 기초 여건을 갖추게 된다.
97년에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면 자유항으로서의 이점이 적어질 것이므로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부산항이 러시아와 일본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게 될 뿐 아니라 대만 및 화남 지역까지도 커버하게 될 것이다. 이 물량만도 현재 세계 최대 항구인 싱가포르나 홍콩이 처리하는 연간 천만TEU 이상이므로, 아산항을 동시에 개발하면 화중 이북의 중국 물동량을 취급할 수 있게 될 뿐만 아니라, 경부축 물동량의 80%를 차지하는 수도권의 수요를 분담케 되어 교통 체증을 완화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교통 체증 요인을 분석하면 폭주하는 경부축 물동량이 연안 해운으로 운송되어 경인축까지 마비시키는 것이므로, 이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산항을 개발하여 경평 운하로 수도권과 연결해야 할 것이다.
물류 체계의 최대 관건은 신속한 옮겨 싣기에 있으므로, 아산항에서 옮겨 실은 화물을 바지선으로 황하와 양자강 연안의 내륙 도시들과 서해안의 연안 도시들로 직접 운송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부산과 아산은 화북·화남 및 러시아·일본의 환적 화물을 분담하고 국내 물류 체계의 효율성을 끌어올림으로써 한국 전체가 동아시아의 물류 기지가 되는 데 상호 상승 작용을 할 것이다.
한국의 인구 분포 특징은 인구 중심이 내륙에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의 물류 체계가 내륙 수운을 개발하지 않고는 효율적이 될 수 없는 결정적 요인이다. 현재는 포항에서 롱비치로 선적하는 비용보다 서울까지의 운송비가 더 비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내 산업들이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없으며 따라서 국제 경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항구의 개념을 점에서 선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즉, 한반도 전체를 하나의 초대형 항구로 삼아 영호남 지역의 국내 수요와 러시아· 대만·일본의 환적 물량은 부산항이 분담하고, 수도권의 국내 수요와 만주·화북·화중 지역의 환적 화물은 아산항이 분담함으로써 물류 비용과 처리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아산과 서울을 연결하는 경평Ⅰ 및 경평Ⅱ 운하는 과부하가 걸린 경인축과 경부축의 운송 체계에 숨통을 터줄 것이다. 그리고 유사시에는 서울 인구를 평택 이남으로 대피시킴으로서 국방전략상 최대의 취약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통 체증으로 인한 연간 13조원의 혼잡 비용과 제조 원가의 17%에 달하는 물류 비용을 반감시킴으로써 한국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현저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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