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우루과이·다국적 기업 ‘젖소 전쟁’
  • 카라카스·하주현 (자유 기고가) ()
  • 승인 1996.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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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는 우유산업에 목을 매고 있는 나라다. 시장 진출이 쉬워진 이 지역에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팜파스 초원의 젖소들을 둘러싼 ‘젖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 ·파라과이 네 나라로 구성된 ‘남미 남부 공동시장(Mercosur)’에서 우유산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네 나라 모두가 전통적인 낙농 국가인 데다가 여전히 우유를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만 보더라도 세계 5대 우유 생산국 가운데 하나이면서 국내 수요에 비해 우유 생산량이 부족한 형편이어서 연간 우유 소비량의 3%를 수입하고 있다.

우루과이는 네 나라 가운데서도 단연 우유산업에 목을 매고 있는 나라다. 연간 매출액 3억1천5백만달러에 달하는 우루과이의 우유 가공업은 자국내 최대 민간 산업이다. 이 산업을 사실상 독점해온 업체가 바로 코나프롤레사이다. 이 회사는 우루과이의 광활한 팜파스 초원에서 생산되는 우유 대부분을 공급 받아 절반 정도를 국내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수출해 왔다. 우루과이산 우유·치즈·버터는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남부 공동시장 국가 어디에서나 눈에 띌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루과이 기업, 낙농업자들에게 ‘환상적 제안’

새로운 수출 기회를 줄 것으로 보였던 자유 무역 지대는 우루과이와 이 회사에 도리어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시장 진출이 쉬워진 이 지역에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팜파스 초원의 젖소들을 둘러싼 이른바 ‘젖줄 전쟁’이다.

우루과이를 중남미의 거점으로 삼으려는 다국적 회사들로는 몇해 전 우루과이에 진출한 스위스 네슬레사와 이탈리아 파르말라사가 있다. 네슬레는 아르헨티나에 인접한 우루과이의 파아산두 지역에서 생산된 초유(初乳)를 아르헨티나로 냉각·운반하여, 그 곳 저온 살균 공장에서 가공해, 우루과이 시장으로 재수출하고 있다.
반면 파르말라사는 아예 우루과이 내에서 가공 공장까지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2천5백만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4천만달러를 예상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그동안의 설비 투자비가 천만달러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대단한 성공이다. 올해도 7백50만달러를 투자해 브라질·베네수엘라 시장을 집중 공략할 분유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입지가 크게 축소된 코나프롤레사 역시 가만히 앉아 있지는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에 초유를 납품하기 시작한 낙농가를 사로잡을 대담한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 회사는 전국 낙농업자들에게 최저 매입 가격을 제시하고, 앞으로 5년간 해마다 3%씩 가격을 인상하며 생산량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유 가격 변동에 신경쓸 필요가 없고, 지속적으로 가격이 인상된다는 매력에 끌려 낙농업자 가운데 75%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우루과이 우유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대규모 낙농업자들이었다.

코나프롤레사의 추산에 따르면, 5년간 총 15%라는 매입가 인상은 매년 7백만∼9백만달러의 추가 재정 부담을 뜻한다. 하지만 이 기간에 매출액이 늘어나 이 추가 지출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95년부터 99년까지 1억5천만달러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프랑스 식품업체인 붕그랭사와 조인트벤처를 체결해 치즈 가공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우루과이산 초유의 값싼 원가를 바탕으로 좀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생산된 초유 1ℓ의 가격은 각각 0.28달러와 0.19달러인데, 우루과이에서는 원가가 0.16달러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조용한 초원의 나라를 침공한 다국적 기업들과 현지 기업 간의 우유 전쟁은 남미 남부 공동시장 경제권의 진로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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