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에 불지른 말들
  • ()
  • 승인 2001.12.28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와대·금감원 '망언' 연발해 예금 인출 사태 부채질

사진설명 이번엔 믿을 수 있을까 : 금감원이 내놓은 대책 대부분이 '공수표'라는 지적이 많다.

실책의 연속. 신용금고 처리 방안을 놓고 정부 관계자들은 악수만을 거듭해 두었다. 12월3일 이기호 경제수석이 "금고 사고가 앞으로 한두 개 더 발생할 수 있다"라고 발언한 것은 금고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최대 '망언'이다. 그의 발언을 기점으로 예금 인출이 폭발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더 이상 퇴출은 없다'고 발표하면서 진흥금고 등 출자자 대출을 회수하지 못한 3개 금고에 경영 지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것 역시 실책 중의 실책으로 꼽힌다. 문제가 된 금고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고객들이 예민해진 상황에서,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 발표가 난 뒤 문제 금고들 역시 극심한 예금 인출 사태를 겪었다. 정부 관계자들의 말 한마디로 금고 3개가 추가로 영업 정지 조처를 받을 위험에 빠졌던 것이다.

지난 12월10일 금융감독원이 실현 가능성을 따지지도 않고 '영업 정지된 신용금고 예금주들에게 예금보험공사가 2천만원씩 가지급할 것이다'라고 발표한 것도 신용금고에 대한 불신만 높였다. 영업 정지 조처를 받은 금고 중 하나인 ㄱ금고의 한 관계자는 "창구에서 돈을 받을 수 없으니 고객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은행을 통해 1조원을 신용금고에 지원하겠다는 발표 역시 업계에서 '공수표'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12월10일 발표된 이후 아직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거의 이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연말 자기 자본 비율을 맞추기에 정신없는 은행이 과연 신용금고와 같은 위험천만한 '금융기관'에 돈을 빌려주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실수 연발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신용금고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그 때 그 때 불거진 사태를 막느라 졸속 방안을 내놓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12월12일 발표는 지금껏 내놓은 신용금고 방안 중 제일 낫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평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대로 이행되었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