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의 거인들⑧] 이데이 노부유키 소니 회장
  • 이문환 기자 (lazyfair@e-sisa.co.kr)
  • 승인 2001.04.26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소니 창조한 꿈 많은 '61세 소년'


61세의 '꿈꾸는 소년' 소니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1995년 '디지털 드림 키즈'라는 구호를 내걸고 경영 전면에 나선 그는 아날로그 기업 소니를 디지털 시대의 주역으로 탈바꿈시킨 일등 공신이자 소니의 간판 스타이다.


큰 키에 패션 감각도 탁월한 이데이는 신문 기자가 인터뷰를 하러 오면 흑백 지면에 어울리는 넥타이로 바꾸어 맨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1998년을 빛낸 최고경영자 25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능통해 외국 잡지와의 인터뷰에도 곧잘 나선다. 그는 에둘러 말하는 일본인 특유의 어법을 사용하지 않고 솔직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뜻을 전한다.


미국식 조직 도입, '스피드 경영' 추구




이데이식 경영의 특징은 '속도'를 중시한다는 점. 1995년 6월 이데이가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소니는 최악의 상황과 마주하고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초(超) 엔고 시대에 소니는 다른 일본 기업과 마찬가지로 미국 시장에서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다. 컬럼비아 영화사를 인수해 시작한 영화 사업도 실패작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제작비만 축낼 뿐이었다. 베스트 셀러인 워크맨과 MD(미니 디스크)의 판매량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당시 사장이던 오가 노리오가 차기 사장으로 이데이를 지명한 것도 이러한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선전·홍보 담당 상무였던 이데이 앞에는 입사 선배 14명이 버티고 있었다. 그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연공 서열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에서 보기 드문 파격 인사였다.


소니가 처한 난국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돌파하기 위해 이데이는 정면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우선 그는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소니를 미국식 조직으로 바꾸었다. 임원 수를 38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사외이사제를 도입해 '스피드 경영'을 추구한 것이다. 또한 그는 선배 경영자들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디지털 분야에 눈을 돌려 작품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제품이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과 노트북 컴퓨터인 '바이오'. 1994년 첫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은 출시 4년 만에 세계에 5천만대가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바이오는 노트북 컴퓨터 시장에 패션 바람을 불어넣은 최초의 컴퓨터로 기록되었다.


이제 인터넷 시대를 맞이해 이데이가 추구하는 전략은 네트워크화이다. 소니는 세계에서 컨텐츠와 단말기를 동시에 파는 유일한 기업이다.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는 세계 연예 산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중 하나이고,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2는 인터넷 접속 기능이 있어 컴퓨터를 대체할 차세대 가전기기로 꼽힌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컨텐츠와 가전기기를 빈틈 없이 연결해 소니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네트워크 기업으로 진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데이의 꿈은 곳곳에서 도전 받고 있다. 플로피 디스크 등을 대체할 차세대 저장 장치로 소니가 내놓은 '메모리스틱'은 노트북 컴퓨터·디지털 카메라 등 디지털 제품을 연결하는 소니 네트워크의 열쇠. 그런데 경쟁 업체들이 메모리스틱에 대항해 'SD카드'를 공동 표준으로 내놓았다. 전문가들 중에는 이를 1980년대 VTR 시장에서 베타 방식의 소니가 VHS 방식의 마쓰시타 진영과 '일당백'의 승부를 벌였던 것에 비유하며, 이번에도 소니가 패하리라고 점치는 이들이 많다.


올해 하반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플레이스테이션의 아성을 누르기 위해 내놓을 게임기 'X박스'는 소니로서는 가장 어려운 상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환갑이 지난 나이에 포르쉐 911과 재규어를 모는 스피드광인 이데이에게는 장애물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는 "MS로서는 게임기 사업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다"라고 말하며 브레이크를 밟을 생각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오히려 그는 지난 3월30일 속도와 독창성을 추구하는 경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며 '꿈'을 향해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았다.


● SONY :

1954년 모리타 아키오가 창립했다. 세계 최초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개발했고, 1979년 워크맨을 만들어 걸어다니며 음악을 즐기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했다.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