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신금융 진출 위해 OB맥주 매각"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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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전략기획본부 정지택 사장 인터뷰/
"20∼30년 내다보고 중국 진출"


(주)두산은 지난 5월25일 공시를 통해 '맥주지분(50%) 매각에 대해 외국 투자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두산=OB맥주'로 통하던 시대는 갔다는 선언이었다. 그동안 맥주회사로 통했던 두산은 이를 계기로 대변신의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1896년 포목점으로 출발한 두산은 1950년 OB맥주 생산, 2000년 한국중공업 인수 등을 통해 50년 단위로 질적인 변화를 해왔다.


두산은 왜 간판 사업인 맥주사업을 팔아치우려는 것일까. 또 두산이 그리고 있는 미래상은 어떤 것일까. 두산 전략기획본부 정지택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과 중앙종금 부회장을 지낸 정사장은 지난 5월16일 정보기술부문 총괄사장으로 두산에 영입되었다.




왜 맥주사업을 팔려고 하나?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 건전성을 확보하고 안정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조 조정을 끝내고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단계이다. 매각에 나설 뿐 아니라 외자도 유치해 차입금을 갚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자 비용을 줄여 재무 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또 채무를 줄이는 것은 국제적인 신용 평가와도 관련이 깊다. 신용 등급에 따라 이자율 차이가 크다. 두산은 현재 트리플B 평가를 받고 있다. 신용 등급이 높아져 이자율을 1%만 낮춰도 이자 비용 수백억원을 아낄 수 있다. OB맥주 매각 결정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아픔을 겪는 과정이다. 튼튼한 기초 체력을 갖추어야 새 산업을 할 수 있다(두산은 현재 2조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인 1조8천억원보다 많다. 어떻게든 빚을 줄이지 않고서는 신규 사업을 벌이는 것은 고사하고 이자 갚기에도 숨찬 형편이다. 재계에서는 두산이 맥주사업을 매각해 5천억원 정도의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본다).


새 사업이라면 무엇을 말하나?


미래 산업은 IT(정보기술)와 신금융이다. 이러한 신산업 분야에 어떻게 진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가능성과 우리가 할 만한 사업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또 중국 시장도 봐야 한다. 앞으로 20∼30년 앞의 미래는 중국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신금융'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금융 분야에 새로운 영역이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낙후한 금융권 특성상 신기원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구조 조정 전문 회사나 부동산투자신탁회사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사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분야가 신금융이다.


두산은 산업재를 주력 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으로 지난해 12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OB맥주 매각 건말고 몇 가지 더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런 것들을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수동적인 수성(守成) 단계에서 성장 단계로 가려고 한다. 한마디로 중공업·식품사업 등 전통적인 굴뚝 산업과 IT가 조화된 두산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동안 두산은 구조 조정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혀 왔다. 맥주사업 매각은 구조 조정을 매듭짓는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의 5년이 팔고 자르는 고통스런 5년이었다면 앞으로의 5년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가는 5년이 될 것이다. 그동안 고통을 겪으며 체력을 다진 결과가 금년과 내년부터 나올 것이다. 팔아서 얼마 남느냐 하는 영업이익률 면에서는 두산이 삼성전자에 이어 재계 2위다.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사장은 1위를 목표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면서, 변화하는 두산 속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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