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안 내려?"…"그래도 못 내려"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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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중심 '휴대폰 요금 인하 투쟁'으로 서버 다운…
업계 "누적 적자 커 불가능"


오후 5시부터 019 LG 서버 약 40분간 다운, 오후 10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n-top SK 사이트 완전 다운….'


지난 6월28일, 네티즌 김종욱씨 등이 이동통신 회사들을 상대로 벌인 두 차례 '게릴라 시위'에서 거둔 전공(戰功)이다. 이들의 시위는 참여연대가 6월26∼28일 벌인 '이동 전화 요금 인하를 위한 온라인 시위'와 때를 같이해 일어났다. '사흘 간의 결전'이 벌어지는 동안 참여연대 사이트에는 글이 천여 건이나 올랐고, 이를 열람한 사람은 수만에 달했다.




지난 3월14일부터 '이동 전화 요금 인하 운동'을 펼쳐 온 참여연대는 그동안 정보통신부 홈페이지에 두 차례 온라인 시위(4월13일·5월3일)를 했고, 정보통신부 앞에서 '이동 전화 요금 인하 촉구 집회'(5월24일)를 열었다. 온라인 서명도 벌여 서명자를 30여만 명이나 확보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이동 전화 가입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지만 요금만은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며, 이동 전화 요금을 30% 내리라고 주장해 왔다. 이번 3차 온라인 시위는 그동안의 활동을 중간 결산하고 실제로 요금 인하를 이루어내기 위해 기획했다고 참여연대측은 설명했다.


사실 한국처럼 이동 통신 회사들이 급성장한 나라도 없다. 1997년 6백80만명이던 이동 전화 가입자는 올 들어 2천7백만명을 넘어섰다. 열 사람 가운데 여섯 사람은 이동 전화를 갖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동 통신 회사들의 총매출액은 9조4천억원. SK 텔레콤의 경우 누적 흑자가 2조원을 넘어섰다. LG텔레콤도 지난 1월 천억원 흑자를 내 적자에서 벗어났다.
정통부 "인하 어려워"…재경부 "내린다"


그러나 이동 통신 회사들은 요금을 내리는 것을 결사 반대하고 있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을 인하하라는 것은 우리보고 망하라는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망을 구축하고 마케팅을 하는 데 4조원 넘게 썼는데 유일한 수입원인 요금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SK텔레콤도 IMT 2000 사업에 투자비가 계속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알려진 것과 달리 자금 여력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참여연대와 이동 통신 회사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자 정부의 입장도 부처마다 갈려 있다. 아무래도 사업자들을 의식해야 하는 정보통신부는 아직 요금을 내릴 때가 아니라는 분위기다. 정보통신부 부가통신과 관계자는 "이동 통신 회사들은 적자가 4천2백억∼7천억 원 누적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 요금을 내리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물가정책과 관계자는 "언제, 몇 % 인하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리겠다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재경부의 의지가 분명한 이상, 올 9월 공청회에서는 인하 폭과 시기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위를 지켜본 한 이동 통신 회사 직원은 "이번 참여연대의 시위는 걱정했던 것만큼 파괴력이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참여연대는 확실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정부와 이동 통신 회사들을 계속 압박할 계획이다. 7월 중순에는 요금 인하 운동에 동참한 서명자들의 명단을 책으로 30여 권 만들어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전달하는 릴레이 시위를 벌일 생각이다. 또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요금 인하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요금 인하 촉구 활동을 하기로 했다.


네티즌들도 온라인 시위까지 벌이며 '왜 더 강하게 싸우지 않느냐'고 참여연대를 압박하고 있어, 이동 통신 회사들은 힘든 여름을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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