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일발' 현대아산, 고비 넘어 고비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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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공사 지원으로 허겁지겁 어음 결제…
"큰돈 나갈 곳 많아 위기 또 닥칠 것"


금강산 관광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아산이 부도 문턱까지 갔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현대아산 위기설'이 현실화할지 지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지난 7월16일 외환은행 계동지점에 돌아온 어음 12억원을 가까스로 막았다고 전했다. 결제일이 7월16일인 이 어음은 현대상선이 7월14일 서울은행 무교동지점에 돌린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아산이 16일 저녁 7시가 다 되어 돈을 입금했지만 결제일을 넘기지는 않았으므로 부도가 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통 오후 2∼3시로 되어 있는 어음 결제 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연장한 뒤에야 결제했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운용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게다가 현대아산은 실제로 12억원을 은행에 입금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상선이 현대아산에 갚아야 하는 채무와 맞바꾸는, 이른바 상계(相計) 처리를 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현대아산이 넉넉하지 못한 현금 사정 때문에 이런 고육지책을 썼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한때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아산의 당좌 대출 요구를 거부했다' '외환은행이 현대상선측에 어음을 회수해 달라는 의견을 보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외환은행 관계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현대아산의 부도 위기에 가장 놀란 곳은 한국관광공사였다. 지난 7월5일 남북협력기금 4백50억원을 지원받은 관광공사는 현대아산측이 신한·국민 은행 등에서 빌린 돈 3백억원을 갚은 뒤 갖고 있던 1백50억원을 지난 7월16일 현대아산에 긴급 지원했다. 3백억원을 갚을 당시 현대아산측은 아직 기한(7월 말)도 남았는데 미리 갚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일단 전액을 회사측에 지원해 달라고 관광공사에 요청했다고 한다.


현대아산 "컨소시엄 구성되면 자금 사정 풀린다"


관광공사측이 3백억원을 갚아버린 뒤에는 양측이 1백50억원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관광공사는 지원에 앞서 현대아산측에 1백50억원에 해당하는 담보물을 제시하고 금강산 사업에 대한 지분율을 확정해 달라고 요구한 반면, 현대아산측은 일단 돈부터 먼저 받고 난 뒤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현대아산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관광공사가 백기를 든 것이다. 관광공사측은 자산 매입 등을 통해 현대아산에 준 지원금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 가능성을 낮게 보는 사람들도 있다.


어쨌든 관광공사의 지원으로 현대아산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상태라면 조만간 또다시 자금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6월분 관광 대가 39만9천2백 달러(약 5억2천만원)를 북한에 지불하고 고성항에 있는 '호텔 해금강'을 매입한 대금 천만 달러(약 1백30억원)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월16일 현대상선측과 호텔 해금강 매매 계약을 체결한 현대아산은 이 날 선수금 20억원을 지급했고 8월말까지 나머지 1백10억원을 주기로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대 아산은 돈이 없다. 관계사나 계열사를 통한 증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아산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자금 사정에 문제가 없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금강고려화학 등을 중심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사정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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