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건설, DJ 정권에서 '에덴' 건설?
  • 소종섭 기자 (kumkang@e-sisa.co.kr)
  • 승인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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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의 5백억대 공사 수의계약으로 따내…
"윤일정 사장, 정학모씨 소개로 김홍일 의원과 친분"
에덴건설(사장 윤일정)이 주목되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이 회사는 1990년 8월에 설립되어 지난해 5백46억원 매출을 올린 전문 건설업체(관급 공사를 따낸 대형 건설업체에서 다시 공사를 받는 업체)이다.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대우건설·LG건설 등과 인연을 맺고 굵직한 하청을 잇달아 따내 건설업계에서는 여권의 정치 자금 창구 중 하나가 아니냐는 등 말이 많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10월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에덴건설을 공개 거명함으로써 이 회사와 여권 인사들과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덴건설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인 1998년 12월 대우건설과 처음 인연을 맺으면서 5백20억원대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따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공사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안정리와 황리 일대에 국가 산업단지 86만평을 조성하는 공사인데, 정식 이름은 '안정 국가 산업단지 부지 조성 토목공사'이다. 지금까지 에덴건설이 수주한 공사 중 액수가 가장 크다. 2000년 3월까지 4백60여억 원이 정산되었고, 현재 나머지 금액에 대한 잔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산업단지는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로부터 한국가스공사와 대우건설이 공동 사업자로 지정받아, 가스공사는 이 곳에 가스 탱크 11개를 짓는 LNG 인수 기지를 만들고 있고, 대우건설은 40여만평을 조선업체 등에 분양할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무슨 말못할 사정이 있어서인지 에덴건설이 수의 계약으로 공사를 수주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대우건설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쟁 입찰을 거쳐 에덴건설이 공사를 땄다면서도 "수사기관도 아닌데 언론에 관련 서류를 보여줄 필요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에덴건설측도 관련 서류를 보여줄 수 없다며 대우건설에 물어보라고 했다.


대우건설은 왜 인연도 없던 에덴건설에 대규모 공사를 준 것일까.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주변에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윤영석 두산중공업 사장(전 대우그룹 총괄회장)과 무기중개상인 재미 교포 조풍언씨의 관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전 대우그룹 고위층-조풍언-정권 실세로 연결되는 라인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경기고 동문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김대중 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구입한 조풍언씨는 현정권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정권 교체 후 윤영석 사장과 관련이 있는 한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정권 실세가 도와 주었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대우측이 정권 실세와 가까운 에덴건설에 하청을 주었다는 것이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사람들의 얘기이다. 이에 대해 윤사장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윤사장은 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덴건설 건과 관련해 지난 2년간 금융감독원·대검 중수부·예금보험공사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라고 밝혀, 조사 내용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그 과정에 정치권 인사들이 개입하지 않았는지 등이 주목된다. 에덴건설은 이밖에도 대우건설로부터 2000년 11월에 임시 케이슨 제작장 조성 공사(일명 부산 신선대 부두 공사), 2001년 7월에 인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공사를 수주했다.


2000년 순이익, 전년보다 4배 가까이 늘어


에덴건설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뒤 LG건설과도 새로이 인연을 맺었다. 1998년 11월 LG건설의 협력 업체로 지정된 에덴건설은 1999년 11월 44억원 규모의 안양 석수아파트 토목 및 구조물 공사를 수의 계약으로 수주했다. LG건설 관계자는 공사 금액이 크지 않아 수의 계약을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00년 1월에는 삼성건설의 하청을 받은 '서산 석유비축시설 공사'를 1백58억원에 에덴건설에 하청을 주었고, 2001년에는 북한산을 관통하는 서울외곽순환도로 4공구 구간을 2백20억원에 하청 받아 가계약을 체결했다. LG건설 관계자는 "에덴건설이 협력 업체가 되기까지 누군가의 추천이 있었을 테지만 누구인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에서는 정학모 LG스포츠단 단장을 주목하고 있다. 10월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정단장이 서울외곽순환도로 4공구 LG구간 공사를 에덴건설이 맡도록 해주는 대신 공사비의 3%를 넘겨받기로 했다는 의혹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덴건설과 LG건설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근 5년간 에덴건설의 시공능력 평가액(도급한도액/단위:원)















96년 97년 98년 99년 2000년
150억 250억 314억 438억 465억




에덴건설의 주요 도급 공사





































발주처 공사 이름 공사 금액 계약 연도
대우건설 안정국가산업단지 부지조성공사 520억원 1998년
한국중공업 등 우면산 터널공사 276억원 1999년
LG건설 서산 석유 비축 시설공사 158억원 2000년
LG건설 서울외곽순환도로 4공구 220억원 2001년
현대산업개발
두산중공업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7공구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10공구
230억원
180억원


에덴건설은 현정권 들어 수주 건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최소 10곳이 넘던 공사 현장 숫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대신 대우건설·LG건설·현대산업개발 등 주로 큰 기업들로부터 실속 있는 사업을 따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 때문인지 2000년에는 1999년보다 매출액이 2배, 순이익은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에덴건설 관계자는 올해는 매출액이 50% 정도 감소한 2백6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덴건설은 현재 전문건설업협회가 기술력·실적·경영·신인도를 종합 평가해 매기는 시공능력평가액(과거 도급한도액) 9위(토목 분야)에 올라 있다. 지난해는 15위였다.


전남 강진 출신으로 조선대 토목과를 졸업한 에덴건설 윤일정 사장은 민주당 김홍일 의원과 잘 아는 사이이다. 10월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유성근 의원이 공개한 경찰 내부 문서에 따르면, 윤사장은 지난 8월 김의원·정학모 LG스포츠단 단장 등과 함께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을 잘 아는 동교동계 한 인사는 김의원이 정권 초기에 이들과 자주 어울려 다녔다고 말했고, 또 다른 동교동계 인사는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뒤부터 이들이 김의원의 자택에 빈번하게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에덴건설 윤사장을 김의원과 연결해 준 사람이 정학모 단장이라고 말했다. 여운환씨를 김의원에게 소개한 정단장이 윤사장과 관련해서도 중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정권 교체 이후 김홍일 의원 주변에 등장한 그룹이 김의원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해, 정권 교체 이후 정단장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신진 그룹'이 생겨났고 윤사장도 이들 가운데 한 사람임을 시사했다. 청와대에서는 올 초 윤사장에게 '경고'를 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억울함을 하소연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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