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는 이런 제품이 뜬다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3.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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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행태 변화 반영한 일상용품 ‘히트 예감’…‘신기술+유행’ 상품도 유망
SK텔레콤 ‘준(June)’ 팀은 새해 벽두부터 고삐를 다잡았다. 이 팀은 지난해 말 런칭한 IMT 2000 서비스 ‘준’을 올해 히트 상품으로 띄우려 한다. 새해 첫 출근 한 날부터 모바일 전용 영화와 뮤직 비디오 등 아이디어와 전략을 짜내느라 강행군에 들어갔다. 이 팀의 고참 최 진 차장은 “팀원 모두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각오이다. 우리가 바뀌어야 모바일족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젊은 모바일족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옷입기에서부터 식성은 물론 사고까지 20대처럼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회의 문화도 달라졌다. 전에 마케팅 부서에 있을 때에는 70~80% 가량 확신이 서야 뭔가를 결정했는데, 지금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논리적 판단보다는 감각을 최우선으로 한다. 한마디로 ‘필이 꽂혀야’ 결정한다. 그래서 이 팀에서는 ‘아니면 말고…’가 최대 유행어가 되었다. 회의가 난상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아니면 말고…’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준이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향방을 가를 만큼 중요한 사업이어서 회사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은 15명으로 구성된 준팀을 곧 사업본부로 승격시키고 50명까지 인원을 늘릴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TTL 같은 다른 브랜드에 썼던 것보다 ‘총알’을 많이 지원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서울 공덕동지점. 창구와 자동화 기기마다 사람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이크 소리가 들렸다. “이번 주말에 30억원짜리 로또 복권 추첨이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께서는 로또 복권으로 즐거운 도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지점 직원은 30분 간격으로 마이크를 잡고 로또 복권을 ‘광고’했다. 창구 앞에 섰더니 여직원이 “손님, 새로 나온 로또 복권 아시죠? 20억원짜리 당첨자 나온 거 텔레비전에서 보셨죠?” 창구 직원도 로또 복권을 은근히 권했다.


국민은행은 전국에 깔린 지점을 로또 복권 마케팅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국민은행 복권 사업팀 관계자는 “다른 상품처럼 텔레비전 광고를 한다거나 드러내놓고 마케팅을 할 수 없어 지점을 이용해 ‘구전 마케팅’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품 특성상 소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도, 국민은행은 올해 로또 복권 예상 매출액을 3천6백억원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복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액수이다.





“소비자 불안감 안정시켜야 히트”


SK텔레콤과 국민은행만 히트 상품 만들기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히트 상품 하나가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동아제약처럼 박카스라는 히트 상품 하나로 수십년간 제약업계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한 제품이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르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 만큼 힘들다. 한국에서 매년 시장에 새로 나오는 상품은 약 2만 가지. 그 가운데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제품은 2백 가지에 불과하다. 새 제품이 성공할 확률은 1%인 셈이다. 3년 동안 꾸준하게 잘 팔리는 상품은 0.1% 남짓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연초부터 히트 상품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 상담가 윈슬로 페릴은 그의 저서에서 히트 상품을 만드는 것이 장작불을 지피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그는 “처음에는 나무 한 조각에 지펴진 불이 다른 조각으로 번지면서 히트 상품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 문화적인 외부 요인과 고객의 상호 작용이 복잡하게 반응한다”라고 말했다(<히트 상품 어떻게 탄생하는가>). 고객의 마음과 사회 흐름의 접점에 선 제품이라야 히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 흐름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히트 상품들을 예측한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LG경제연구원 허원무 연구원은 “2003년은 지난해 월드컵처럼 큰 유행을 이끌 행사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문화 변화는 올해에도 다양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의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54~55쪽 딸린 기사 참조). 1월 말께 2003년 히트 상품 예측 보고서를 낼 예정인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 수석연구원도 올해는 대형 행사보다는 생활 양식 변화에 맞춘 상품들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핸드폰처럼 생활을 변화시키면서 일상용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히트할 제품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경제 전문가들은 2003년에는 사회·경제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 소비 성향에서 안정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따라서 불안한 소비자 심리를 안정시킬 상품이 가장 유력한 히트 상품군으로 꼽힌다. 예컨대 주가가 떨어질 때에는 원금을 보장하고 주가가 올라가면 투자자와 증권사가 이익을 나누어 갖는 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먹거리로는 믿을 수 있는 국산이나 유기농 식품이 각광받을 것이다. 최근 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유기농과 안전 식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다이어트 화장품·치아 미백제 인기 끌 듯


반대로 불안 심리는 일확천금 욕구를 부채질하기 쉽다. 따라서 복권이 예년보다 인기를 많이 끌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이 신상품인 로또 복권의 올해 매출액을 높여 잡은 까닭이다.
취업 불안은 미용 산업의 호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20대들은 자기 관리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취업난까지 겹치면 미용 성형 관련 의료 서비스와 기능성 화장품 판매가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다. 특히 다이어트 관련 화장품과 치아 미백 패치는 가장 유력한 히트 상품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목욕 후 바르면 지방이 분해되는 보디 로션과 목욕물에 푸는 다이어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치과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도 사용하는 치아 미백 패치를 출시할 예정이다.
20대가 외모 관련 소비를 주도한다면, 30대는 자기의 내적 즐거움과 성취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2003년은 이른바 과거의 X세대가 모두 30대가 되는 최초의 해이다. 따라서 코보스(코리아 보보스)로 상징되는 30대가 관심을 갖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올해 유력한 히트 상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세대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데 관심이 많아 댄스 음악·요리·스포츠 등 전문 강좌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기술과 유행을 접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 전망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서히 불이 지펴지고 있는 IMT 2000 서비스,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유일한 처녀지인 어린이 시장 등이 눈길을 끌 것이다.
SK텔레콤의 준, KTF의 핌은 이미 IMT 2000 서비스 시장을 놓고 치열한 ‘전쟁’에 돌입했다. 유괴 사건이 잦아지면서 자녀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판단해, 한 이동통신 업체는 올 상반기에 어린이 전용 이동통신 서비스를 출시하려 하고 있다. 위치 추적 장치 및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 장난감 모양 단말기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지난해 최고 인기를 구가했던 컬러 휴대폰과 홈시어터의 뒤를 이어 나올 다기능 첨단 제품도 주목할 만하다. 사진 전송 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카메라 폰이 인기를 끌 것이고, 이동전화 기능 및 무선 랜 서비스, MP3 플레이어 등을 결합한 고기능 개인휴대단말기(PDA)도 눈길을 끌 것이다.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 격화와 기술 발전에 따라 가격이 내려갈 PDP TV 또한 올해 시장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어린이 전용 이동 통신 시장도 전망 밝아


올해에는 다시 1인당 국민 소득이 만 달러를 넘어서고, 주5일 근무제도 더욱 확산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상품이 유망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을 간파한 홍콩 일본 동남아 등 인접 국가의 관광청들은 벌써부터 한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활동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컬러풀 푸드나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테마파크 또한 국내에서도 히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는 지난해부터 청색과 분홍색 버터, 녹색과 보라색 케첩 등 색깔의 벽을 무너뜨린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건강과 미를 주제로 한 음식 테마파크가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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