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지금 ‘반전’ 특강중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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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휴업·반전 평화 강좌 등 ‘상아탑 투쟁’…교수단체들도 가세
국회에서 파병 동의안이 두 차례나 연기된 끝에 마침내 통과했지만, 반전 논의는 더욱 격화하고 있다. 캠퍼스도 그 중심에 서 있다. 등록금 인상 반대 등 학내 투쟁에 골몰하던 학생들이 반전 흐름에 합세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이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참전해 전범 국가의 국민이 되고 싶지 않다’라며 들고 일어섰고, 교수들까지 파병 반대 목소리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 4월2일 오전. 성공회대학에서는 김성수 총장이 학생들이 주도한 반전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아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참석한 교수만 40여명. 학생과 교수 들은 여세를 몰아 국회 앞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재학생 총투표를 통해 동맹 휴업에 돌입한 서울대도 사제가 하나 되는 집회를 마련하고 있었다. 학생 2천여 명에 교수 18명이 동참한 것이다. 강명구 교수는 “쑥스러워 이 자리에 나오지 못했지만 취지에 공감하는 교수들이 많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 열기도 최근 경험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수학과 96학번 나종혁군은 “밤새워 학생들에게 줄 반전 리본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강의실을 적극적인 반전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잇따르고 있다. 학술단체협의회를 비롯한 교수 단체들은 4월을 ‘반전 평화의 달’로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지금까지 학술단체협의회에 보고된 강좌는 동국대·상명대·성공회대를 비롯해 10여 개. 일종의 ‘상아탑 투쟁’인 셈이다. 학단협 간사 김영덕씨는 “학생들이 세계적인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치화하고 있다. 교수들도 강의실에서 깊이 있는 논의를 유도하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4일 동국대 북한학과의 반전 강좌도 그 일환이었다(아래 상자 기사 참조).

학생들도 집회 이외에 다양한 행사를 시도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한국정치연구회와 손잡고 이라크 전쟁 바로 알기 강좌를 마련했다. 아랍권 학생과의 토론회를 준비했던 서울대 총학생회는 행사가 불발에 그쳐 일그러진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를 절감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키로 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유학생들이 자국 대사관의 만류로 불참을 통보해 토론회가 연기된 데 이어, 2차 시도에서도 행사 직전에 이란 유학생들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토론회는 터키 유학생 15명이 반전 성명을 채택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미국 23개 대학의 한국 유학생 1백19명이 부랴부랴 반전 서명을 보내온 것이다. 처음 서명 운동을 발의한 배병인씨(워싱턴 대학 대학원생·국제정치학)는 “파병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싶었는데,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허탈하다”라고 말했다.

배씨는 미국인들 사이에 ‘다음은 북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아찔하다고 미국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반전론자의 주장도 결국 요지는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제대로’ 하자는 것이다. 더 혐의가 확실한 북한부터 문제 삼아야지 왜 반박 당할 여지가 많은 이라크부터 치느냐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우려했다.

파병이 결정된 뒤인 지난 4월4일 종묘에서는 ‘3백만 대학생 궐기의 날’ 집회가 진행되었다. 전국학생반전위원회 소속 대학들은 4월11일을 ‘행동의 날’로 잡아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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