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어머니들 행복지수 세계 21위
  • 런던·金勇基 편집위원 ()
  • 승인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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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선단체 ‘아이들을 구하자’에서 조사·발표
한국에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의 새 위원장이 임명된 지난 5월9일, 세계 70여 나라에 지부를 둔 국제 자선단체 ‘아이들을 구하자(Save the Children)’는 ‘2000년 세계 어머니들의 상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어머니 행복 지수’가 포함되어 있는데, 조사 대상 20개 선진 공업국가와 86개 저개발 국가 등 총 1백6개국 중에 한국이 스물한 번째 순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 20개 선진 공업국에 독일·이탈리아·스페인·벨기에·룩셈부르크·아일랜드 등 상당수 유럽 국가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제 한국 어머니들의 행복 순위는 좀더 내려가 30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특히 저개발 국가에서 여성에 대한 교육과 가족계획이 어머니와 아이들의 행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나라·분야 별로 상당한 편차를 드러내 흥미롭다. 여기서 행복이라는 것은 건강·교육·경제적 여유 등을 포괄한 종합적인 복리 상태를 말한다. 한국의 경우 행복지수에 포함되는 여러 항목 중 출산할 때 산모의 사망률이 다소 높은 편이고, 여성의 의회 및 행정부 참여율이 참혹할 정도로 낮은 것이 눈에 띈다.

유엔어린이기금(유니세프)과 함께 어린이의 인권을 신장하고자 노력해온 ‘아이들을 구하자’가 어머니들의 상태에 주목한 것은, 아이들의 생존과 삶의 질이 그들 어머니의 건강·안전·복리 상태에 의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생아의 생존 및 성장은 어머니의 건강과 영양 상태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고, 아이들의 삶의 질은 어머니의 문자 해독 능력, 교육 경험, 사회·정치적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한국, 출산중 산모 사망률 비교적 높아

어머니 행복지수는 여섯 가지 하위 항목의 지수를 평균함으로써 도출했다. 산모의 출산 사망률, 현대적 피임 수단 사용률, 출산시 전문 인력의 조산(助産) 비율, 임신 당시의 빈혈 비율, 성인 여성의 문자 해독률,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그것이다. 보고서는 이 여섯 가지 지수와 영아 사망률, 초등학교 진학률, 안전한 식수 공급, 5세 이하 어린이의 영양실조 비율 등 어린이 관련 4개 지수와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았는데, 특히 여성의 문자 해독률과 현대적 피임 수단 사용 정도가 어린이 관련 지수와 긴밀한 상관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여성의 문자 해독률은 영아 사망률과 역 상관 관계를 갖는다. 선진 공업국은 말할 것도 없고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여성의 문자 해독률이 높은 나라의 영아 사망률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영아 사망률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다. 또 문자 해독은 필요한 정보 획득과 여성 자신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여성 자신과 자녀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를 포착하고 확보하는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결국 빈곤의 악순환 고리를 깨뜨릴 수 있게 한다.

교육받은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포함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높다. 여자 어린이는 교육을 받음으로써 조기 결혼과 임신의 가능성을 줄이게 되며, 장차 나이가 들어 아이를 낳게 되었을 때 그 아이들을 보살필 역량을 갖추게 된다.

현대적 피임 수단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영아와 산모 사망률은 줄어들게 된다. 매년 수백만 여성과 영아가 근접 출산(아이를 낳은 후 곧장 임신해 출산하는 것)과 조기 출산·노령 출산 때문에 병을 얻어 죽어가고 있다. 개발도상국 임신 가능 연령대 여성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바로 출산중 사망이다. 매년 60만명, 말하자면 1분에 1명꼴로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망률은 피임을 통해 최소한 25%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밝힌다. 여성은 출산후 일정 기간 임신을 피함으로써 자신의 몸을 회복시킬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임신과 그로 인해 낙태하는 위험도 줄이게 된다. 피임 도구를 사용해 에이즈를 포함한 성병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음은 물론이다.피임은 또한 개발도상국의 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출산 기간을 조절함으로써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수의 아이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 여성의 임신 중 60%(1년에 7천5백만 건)가 원하지 않은 임신으로 추정되며, 결국 그 가운데 60%가 넘는 4천6백만 건의 임신이 낙태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은 의외로 행복지수와 관련한 항목 가운데 출산중 산모 사망률이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도표 참조). 산모 3백80명 중 1명이 출산으로 인해 사망하는데, 이는 조사 대상 1백6개 국가 중 27위에 해당한다. 출산중 산모 사망률이 가장 낮은 나라는 스위스(8천7백명 중 1명꼴로 사망)이고, 그 다음이 캐나다(7천7백명 중 1명), 노르웨이(7천3백명 중 1명), 영국(5천1백명 중 1명)이었다. 과거 복지 국가의 상징이었던 영국의 경우 최근 들어 심각한 의료 예산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모성에 대한 제도적 보호가 여전히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칠레 중국 코스타리카 쿠바 쿠웨이트 파나마 러시아 아랍에미리트 우루과이도 한국보다 출산중 산모 사망률이 낮다.

한국 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참혹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었다. 중앙 정부 간부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에 지나지 않아 다른 여덟 나라와 함께 85위에 머물렀다. 한국보다 여성의 행정 참여가 낮은 나라는 체코 이란 이라크 카자흐스탄 레바논 리비아 마다가스카르 모로코 미얀마 네팔 수단 아랍에미리트 예멘 14개국에 불과했다. 한국과 같은 비율의 여성 행정 참여를 기록한 알제리 이집트 인도네시아 요르단 파키스탄 파푸아뉴기니 러시아 세네갈과 한국보다 못한 위의 14개국 면면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회교 국가임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 어머니들 ‘최고로 행복’

이 보고서가 밝힌 여성의 정치적 지위는 유엔개발계획(UNDP) 1998년 보고서(www.undp. org/hdro/98.htm)를 원용하고 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비교적 인적 자원 개발이 잘 되어 있는 64개국 중 끝에서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90∼1996년 각국 통계를 기준해 작성되었기 때문에 최근 상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경제력에 비해 여성의 중앙 정부 참여율(8%)이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보다 4배나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영국의 경우 여성의 중앙 정부 참여 비율이 일본과 마찬가지로 8%라는 사실이다. 여기에서는 지방 정부 어머니의 여성 참여 비율이 고려되지 않았다.전체 행복지수는 일본이 15위, 영국이 7위였다. 여성 행복지수 종합 1위를 기록한 노르웨이 여성의 정치적 지위가 가장 높아, 중앙 정부 간부 중 여성의 비율이 44%에 이르렀다. 미국은 구매력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경제 수준을 기록하고도 종합 4위에 머물렀다. 개발도상국 중 코스타리카는 정부의 강력한 교육 및 보건 정책에 힘입어 경제 순위가 35위인데도 어머니 행복지수는 종합 1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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