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잦은 삼성, 법무팀 '막강'
  • 권은중 기자 (jungk@e-sisa.co.kr)
  • 승인 200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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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생 올해도 5명 선발…사외이사 활용한 법조 인맥도 '촘촘'

사진설명 "이걸 막으려고?" : 참여연대는 1997년부터 삼성의 편법 증여 등에 대해 법정 소송을 제기해 왔다.

졸업이 얼마 남지않은 사법연수생가운데 올해도 5명이 삼성그룹을 선택했다. 예비 법조인 30여명이 지원해올해 경쟁률은지난해와 비슷했다. 삼성은 작년에도 연수생 5명을 선발해 삼성전자·삼성SDS·삼성화재에 배치했다. 이들은 기업 송무가앞으로 유망할것이라고 판단해 기업에 들어가제대로 일을배우려고 삼성을 택했다고 한다.

이로써 삼성은 각 계열사에 변호사 30여명을 보유하게 되었다(삼성은 정확한 숫자를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른 대기업이 많아야 3∼4명 정도 변호사를 쓰고 있는데 비해 월등히많은 숫자이다. 삼성은 이렇게변호사를 늘리는 까닭을 '법에 어긋나지않는 정도경영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시민단체 "소송 많아 그런 것 아니냐"

그러나 삼성이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데 대해시민단체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시민단체 등과 소송이 끊이지 않자 변호사를 많이 뽑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은 다른 기업과 달리 업무와관련 없는 변칙증여 같은 기획 소송에많이 내몰려있는데, 특히 몇 년 전부터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있는 참여연대와 법정에서 일전을 벌이고 있다.

1997년부터 소액주주운동에 뛰어든 참여연대는 삼성의 황제식 경영과 변칙상속에 강력한 제동을 걸어 왔다. 참여연대는지난해 5월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가처분 소송에서이겨 삼성의 변칙증여에 제동을걸기도 했다. 지금도 참여연대는 삼성과 관련된 소송을 다섯 건 진행 중이다. 곽노현 교수(방송대)를 비롯한 법학 교수 40여 명은 지난해 6월이건희 회장이 변칙 증여를 통해 불법 세습을 꾀한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회장과 삼성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IMF관리체제 전후에 삼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도 삼성을 상대로복직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삼성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법무팀을 삐딱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주문한다. 삼성 계열사의 한 변호사는 "참여연대 소송은 구조조정본부 차원에서 법무법인김&장에 일임했다. 우리는 각 계열사 업무를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데도힘에 부칠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 법무팀은 여러 가지소송을 앞두고 법무법인들에 회사입장을 전달하고변론 내용을 조정하는 역할도하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이 삼성전자 법무팀의인적 구성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의도가 뭐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기업 환경이 바뀐 만큼 법률전문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은 이들에게많은 정성을 들인다. 변호사들은일단 삼성에 들어가면 후한 대우를받는다. 연수원을막 졸업한 변호사도 부장급에 준하는대우를 받는다. 현재 법무팀을 총괄하는 상무이사급 변호사는 나이가 39세이다. 또 이들은 유학이나 위탁 교육 혜택도 받는다. 한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정원 60명인 서울대 법무대학원 금융거래법 강의에 삼성 변호사 25명이단체로 수강해 '역시 삼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삼성은 법조계 고위급 출신인사와 폭넓은 관계를 맺고 있다.김석수 전 대법관이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고법 부장 판사 출신인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검찰 출신으로는 김종건 전 법제처장과 송정호 전 법무연수원장이 삼성전기와제일기획 사외이사로 활동 중이다. 법무법인 김&장 상임 고문을 맡고 있는 황재성 전국세청장도 삼성전자 사외이사다. 또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의 동생인 한종술 변호사가 삼성화재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다.삼성화재의 고문 변호사만 해도 1백80여 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삼성이 어떤 대우를 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그러나 얼마전 윤영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삼성전자 법률 고문으로 있을 때 고문료를 한달에 3천만원씩받았다는 사실이 인사 청문회에서드러나기도 했다. 고문료는 보통 100∼2백만원 정도이기 때문에 아무리 대법관 출신이라고 해도윤소장이 너무돈을 많이 받았다고 말들이 많았다.


특이한 이력 변호사 많아

실무를 맡은각 계열사법무실(팀) 진용도 볼 만하다. 검사 출신으로김광석(삼성화재)·김영호(삼성물산)·엄대현(삼성전자)변호사가 있고, 판사출신으로는 신명훈·김은미·이현동(이상 삼성전자) 변호사가 있다.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도 많다.삼성증권 양명석 법무실장은 미국 버클리 공대출신이다. 또 지난해 법무법인 세종으로 간송웅순 변호사는삼성에 근무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삼성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미국에유학한 신흥철 변호사는 서울지법 판사로 있던 1995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인물이다.
삼성이 이처럼 법조계에 촘촘한 인맥을 짜는 것이 삼성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리 없다. 삼성은 또 막강한 자금력으로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한다.10분 상담료가 100만원을 호가한다는 국내 최대 법무법인인 김&장 변호사들이 참여연대와의 소송을 도맡고 있다. 이 법인의 대표 변호사인 장수길 변호사는 삼성전자 소액주주 소송을 직접 맡고 있다.

삼성의 변칙 증여와 관련해 참여연대가 제기한 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집현전의 김진욱 변호사는 "삼성은 법조계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과 세습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는사람이 늘고있다. 그런 움직임을 삼성이 언제까지 막을 수는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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